13일 총기 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서 119 구급차가 나오고 있다.
13일 총기 사고가 발생한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서 119 구급차가 나오고 있다.
오후 훈련 중단…굳게 닫힌 위병소 철문안 군 헬기 등 분주

13일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에서 발생한 총기사고 소식을 접한 주민과 훈련병 가족들은 하나같이 당혹감과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사고 직후 군 당국은 외부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 가운데 훈련받는 예비군 가족들이 부대 앞에 속속 몰려와 행여나 자식이나 남편이 다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군 당국의 설명을 기다렸다.

서초구 내곡동 주민 민모(52·여)씨는 이날 사고 직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전 10시 10분께 집에서 나와 걸어서 회사에 가는데 도중에 훈련장의 총소리가 평소와 달리 유별나게 난다고 느꼈다"며 "평소보다 빠르고 불규칙했다"고 말했다.

평소 훈련장에서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탕…탕…탕' 총소리가 들렸지만, 이날따라 총소리가 '탕, 탕, 탕, 탕'하는 식으로 다르게 느껴져 의아했다는 것이다.

민씨는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 11시에 뉴스를 보고서야 아까 들은 이상한 총소리가 이 사고 때문인가 싶어 놀랐다"고 말했다.

전날 2박3일 일정으로 사고 훈련장에 입소한 예비군의 가족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는 걱정되는 마음에 속속 내곡동 부대 앞에 모여들었다.

사고를 목격한 예비군들은 아직 부대 안에 있으며 부대 측에서는 이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원래 일정대로 14일 귀가시킬 예정으로 알려졌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신혼이라는 A씨는 낮 12시 30분께 부대 앞으로 달려왔다.

A씨는 "남편이 어제 부대에 들어갔는데 뉴스를 보고 심장이 뛰어서 달려왔다"며 "전화통화도 안돼 너무 걱정되는데 부대에 전화해보니 부대로 직접 오라고 해서 왔지만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전날 훈련장에 아들을 보낸 B(55)씨도 사고 소식을 듣고 급하게 훈련장 앞으로 차를 몰고 왔다.

B씨는 "어제 아들이 훈련을 받으러 들어갔는데 전화통화는 되지 않고 걱정되는 마음에 급하게 왔다"며 "부대 측과 통화해보니 사고는 2대대에서 났고 아들은 기동대라 피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 훈련장을 찾은 한 어머니는 "조금 전에 아들로부터 '나는 괜찮으니 걱정 말라'는 전화가 왔다"며 "뉴스에서 사고 소식을 듣고 하도 걱정돼서 훈련장으로 왔는데 오는 길에 통화가 돼서 다행이다"라며 가슴 쓸어내렸다.

손수건을 꼭 쥐고 부대 앞에 나타난 다른 어머니도 부대 측의 안내를 받아 부대 안으로 들어가 위병소에서 아들의 신원 등을 말하고 통화를 한 뒤 부대 밖으로 나왔다.

이 어머니는 "아들이랑 통화가 됐는데 무사하다고 한다.

지금 훈련은 중단됐고 대기중이라고 한다"며 "2박3일 일정으로 들어갔으니 내일 밖으로 나올 거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예정이었던 소집점검 훈련을 받으러 훈련장을 찾은 예비군들도 갑작스러운 사고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남구 일원동에 사는 예비군 5년차 박모(28)씨는 "오후 1시까지 소집 점검이 있어 왔는데, 올라오는 길에 기자들로부터 총기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고 당황스러웠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소집점검을 받으러 온 남모(27)씨는 "언젠가는 이런 사고가 한번 터질 것 같았다"며 "이상한 마음을 먹은 사람 손에도 총이 쥐어질 수 있으니 예비군 훈련장이 가장 사고 나기 좋은 장소 아니냐"고 반문했다.

남씨는 "예비군 훈련받을 때마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어 매번 불안했다"며 예비군 훈련장에서 철저한 총기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대 측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소집점검 대상인 예비군 40∼50명의 출석 여부를 점검한 뒤 훈련은 진행하지 않고 확인서를 발급해 이들을 돌려보냈다.

이날 굳게 닫힌 훈련장 위병소 철문 안팎으로는 구급차, 육군 차량,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차량이 드나들었고, 부대 안의 연병장에는 군 헬기가 수차례 분주하게 뜨고 내리는 등 안팎으로 혼란스런 모습을 연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경윤 기자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