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시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지용(1902~?)의 시와 산문을 담은 전집이 새로 나왔다.

이번에 출간된 《정지용 전집 1·2》(서정시학)는 정지용 연구 권위자로 꼽히는 최동호 경남대 석좌교수가 10여년 동안 조사·연구한 결과물이다. 정지용이 해금된 1988년 김학동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현 명예교수)가 펴낸 첫 전집보다 100여편의 작품을 더 실었다. 최 교수는 “정지용이 한국 근대시의 아버지라고 하지만 작품 전체가 얼마나 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연구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새로 전집을 펴낸 이유를 설명했다.

전집 1권에는 창작시 167편, 일본어시 47편, 번역시 65편 등 총 279편의 시가 실려 있다. 기존 전집보다 94편의 시가 더 담겼다. 1925년 전후 우리말과 일본어로 쓴 시는 정지용의 초기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최 교수는 정지용의 모든 일본어 시와 산문을 번역해 수록했다. 또 정지용이 바다를 소재로 쓴 10번째 시를 발굴해 원문을 실었다. 정지용의 바다 시는 지금까지 9편만 알려졌다.

2권에는 기존 전집보다 17편 늘어난 168편의 산문을 담았다. 최 교수는 “‘신인문학’ 1936년 8월호에 실린 ‘시인 정지용 씨와의 만담집’을 보면 정지용이 중학교 4~5학년 때 처음 민요체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본인의 증언으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지용이 정진업의 시집 ‘얼굴’을 해설한 육필 원고도 실려 있다. 이 글은 그가 남한에서 쓴 마지막 원고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정지용의 시를 보면 초기에는 형태가 엉성했지만 일본 유학 중 선진 문물을 접하며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천재로 알려진 시인도 방황하고 고민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