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주가 거품징후 없지만 리스크 존재" 과열 제동
미국 중앙은행(Fed)이 미 주식시장의 과열을 경고하자 시장 참여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한 포럼에 참석해 “미국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전체적으로 꽤 높아(quite high) 보인다”고 말했다. 옐런 의장은 지난해 7월 소셜미디어·바이오 관련주를 거론하며 일부 종목에 과열 징후가 있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시장 전체에 대해 고평가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옐런의 ‘알쏭달쏭한 경고’

옐런의 주가 고평가 발언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와 대담하면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옐런은 “주가가 꽤 고평가돼 있고 이로 인해 주식시장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시장에 대해서도 “국채와 회사채의 금리 격차가 좁혀졌다”며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리스크를 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장기금리가 급등해 금융시스템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옐런은 그러나 “금융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리스크는 크지 않고 거품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주가가 고평가돼 있지만 거품 징후는 없다’는 알쏭달쏭한 발언에 월가 전문가들은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해 시장을 단련시키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브렌트 슈트 BMO 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 투자전략가는 “Fed가 금리를 올리기 전 풍선에서 바람을 조금 빼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옐런은 자신의 발언에 시장이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초저금리 영향으로 채권값이 오른 것과 비교하면 주식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옐런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 1.1% 하락했지만 오후에 상당 부분 만회해 0.5% 하락에 그쳤다. 시장 참여자들이 옐런의 경고를 당장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않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Fed 경고 후 더 상승한 주가

월스트리트저널은 “옐런의 발언은 19년 전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의 발언을 떠올린다”고 분석했다. 그린스펀은 1995년 초 3800선에서 출발한 다우존스지수가 2년간 쉬지 않고 오르며 1996년 하반기 6400선에 육박하자, 그해 12월5일 장마감 후 “주식시장이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상태에 빠졌다”고 경고했다. 이튿날 일본 홍콩 영국 프랑스 주식시장이 2~4% 폭락했고 뉴욕증시도 2%가량 급락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며칠 조정을 보인 다우지수는 이로부터 2000년 3월까지 3년 이상 대세상승을 지속해 10,000선을 뛰어넘었다.

옐런 의장의 첫 경고도 ‘초단기 충격’에 그쳤다. 지난해 7월5일 옐런이 바이오 주식에 대해 과열을 경고하자 나스닥바이오테크지수는 당일 5.7% 하락했지만 그때 이후 지금까지 40% 이상 올랐다.

그러나 지금은 Fed의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이라 다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이클 볼 웨더스톤캐피털 매니지먼트 펀드매니저는 “옐런의 발언이 당장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금리 인상이 예고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운용자산 675억달러의 헤지펀드 포트리스투자그룹의 마이클 노보그라츠 대표는 “Fed의 양적 완화 등으로 자산가격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상승했다”며 “금리 인상 전까지 시장에 큰 충격은 없겠지만 Fed가 움직이면 시장에 패닉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뉴욕=장진모/이심기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