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른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문재인 대표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오른쪽)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문재인 대표의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非)노무현계로 분류되는 이종걸 의원이 4·29 재·보궐선거 완패와 공무원연금 개혁의 협상 파기 위기 등으로 뒤숭숭한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끌 새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원내대표 선거 경선주자로 나설 때마다 “2%가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그가 3수 끝에 당선된 것은 재·보선 패배로 인한 ‘문재인 견제론’이 부상한 가운데 비노무현계·비주류가 결집했기 때문이란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이 신임 원내대표가 이날 경선에서 야당의 선명성을 강조하고, 대여 ‘강경투쟁론’ 카드를 꺼내든 것도 경선 승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원내대표는 경선 승리 직후 “3수 끝에 영광을 주셔서 감사하다. 새정치연합이 2015년의 어려운 시기를 뚫고 나가자”고 말했다. 또 “선거에서 패배하고 무시당하는 소수당의 참담한 심정을 진중하게 헤쳐 나가겠다”며 “고문단을 운영해 원내가 균형 있게 앞으로 나아가며 속도를 조절하고, 서로 소통해서 어려운 난국을 꼭 풀어 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선에서 이 원내대표는 1차 투표에서 38표를 얻어 1위를 기록해 33표를 얻은 3선의 최재성 의원과 결선 투표를 치렀다. 그는 결선 투표에서 66표를 얻어 범친노계인 최 의원을 5표차로 제쳤다. 친노계의 한 의원은 “이번 재·보선 패배로 문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친노계 표가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이 신임 원내대표는 전임자인 우윤근 전 원내대표의 바통을 이어받아 문재인 대표와 함께 당내 ‘투톱’으로서 재·보선 완패의 후폭풍에 직면한 당을 추스르고 공무원연금 개혁과 공적 연금 합의 등 ‘급한 불’을 꺼야 할 임무를 떠안았다. 당연직 최고위원으로서 내년 총선 공천권 등 막강한 권한도 행사하게 된다.

천정배 무소속 의원의 ‘호남 신당론’을 차단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이 원내대표는 과거 열린우리당 시절 천 의원이 원내대표를 맡았을 당시 수석부대표를 맡아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야당의 선명성과 대여 강경투쟁론을 들고 나와 향후 새누리당과 긴장관계를 형성할 전망이다. 그는 정견 발표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휴지조각처럼 됐다. (새누리당이) 의회민주주의를 깨부수고 기만하고 있다”며 연금 합의안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협상 등이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계파 간 대리전 양상을 보인 이번 경선에서 이 원내대표의 당선으로 재·보선 패배 후 격화됐던 당내 계파 갈등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다. 이 원내대표가 비주류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문 대표를 포함한 친노 당지도부와의 갈등이 불거질 소지가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친노·범주류가 이번 경선에서 최대 세력으로서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힘을 발휘하면서 계파 간 긴장관계 속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주도권 경쟁이 전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진명구 기자 pmg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