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리포트] 벅셔 주주들과의 '오마하 신탁'…버핏의 대답은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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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오마하=이심기 sglee@hankyung.com
자본주의에서 효율성은 필수…3G, 인원 감축 후 실적 좋아져
단기 수익 대신 미래에 투자…IBM주식 1분기 매입 늘려
헤지펀드는 수수료만 비싸…인덱스펀드 투자가 더 낫다
자본주의에서 효율성은 필수…3G, 인원 감축 후 실적 좋아져
단기 수익 대신 미래에 투자…IBM주식 1분기 매입 늘려
헤지펀드는 수수료만 비싸…인덱스펀드 투자가 더 낫다
2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시의 센트리링크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벅셔해서웨이 주주총회의 하이라이트는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과 주주들 간 대화였다. 주주들은 버핏의 지혜를 얻기 위해 매년 오마하를 찾는다. 벅셔의 주총을 ‘오마하의 신탁(神託)’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버핏과 오랜 동업자인 찰리 멍거 부회장은 주총장 앞쪽 중앙무대 단상에 나란히 앉아 5시간 동안 쏟아지는 질문에 일일이 답했다.
저신용자에 대출 줄이는 것 당연
첫 질문은 공격적이었다. “벅셔가 윤리적인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벅셔의 투자회사 중 한 곳인 클레이튼홈즈가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 대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줄였다.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 주주의 이 같은 질문에 버핏이 마이크를 잡았다. “클레이튼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건전한 재무제표를 유지해야 한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모기지로 주택을 사면 그 사람도 손해를 본다.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큰 고객에게 대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주주가 다시 손을 들었다. “벅셔의 투자 파트너인 3G(브라질 사모펀드)는 인수 후 직원을 강제로 해고하고 있다. 왜 벅셔는 침묵하는가.” 버핏은 “3G가 인원을 감축한 뒤 실적이 좋아졌다”며 “자본주의에서 효율성은 필수”라고 말했다.
투자실패 논란이 일고 있는 회사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IBM은 죽어가는 회사다. 투자에서 손을 뗄 생각은 없나”라고 한 주주가 질문했다. IBM은 올 1분기까지 12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벅셔는 IBM의 지분 9.2%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번엔 멍거 부회장이 입을 열었다. “나의 대답은 노(no)다. IBM처럼 오랜 기간 변화에 적응하면서 사업을 유지해온 회사는 드물다. 우리는 적어도 5년 후의 모습을 보고 투자한다.” 버핏도 말을 보탰다. “우리는 단기 수익보다 미래에 더 관심이 있다. 1분기에 IBM 주식을 더 매입했다.”
10년 내 수익성이 좋아질 기업을 골라내는 기준을 설명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멍거 부회장은 “투자에 정해진 공식은 없고, 하나의 잣대를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도 없다”며 “(각 기업을) 더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답했다.
주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버핏의 후계’ 문제도 제기됐다. 버핏은 “벅셔에는 분명하게 확립된 문화가 있다”며 “벅셔가 유지되는 것이 개인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떠나면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업 문화는 톱다운(하향식)이어야 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명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벅셔의 차기 CEO 조건에 대해서는 투자와 기업 경영 모두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계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경기 나쁘다고 투자 중단하진 않아
주주들의 질문은 저금리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이어졌다. 버핏은 경기지표가 악화됐다는 이유만으로 벅셔가 투자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까지 지표가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포기한 적은 없다”며 “만약 앞으로 경기가 난기류에 빠져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행동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놓치더라도 끝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1%라도 부주의하게 성급한 결정을 하기보다는 100배 더 주의를 기울이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을 이기는 펀드매니저는 없다
버핏은 장기투자에 대한 확신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07년 헤지펀드 프로테제의 지데스 회장과 향후 10년간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해 진 쪽이 100만달러를 주기로 내기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지난해 S&P500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은 13.6%였지만 헤지펀드는 5.6%에 그쳤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그동안의 누적 수익률도 헤지펀드가 19.6%로, 인덱스펀드의 63%보다 훨씬 낮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헤지펀드는 지금까지 잘해왔던 적 없이 높은 수수료만 받을 뿐”이라며 “헤지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상당히 비싼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은 평소 “시장을 이기는 펀드매니저는 없다”고 말해왔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벅셔해서웨이의 분할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버핏은 “그들로부터 회사를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라며 “벅셔의 시장가치는 방어에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벅셔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맘껏 지갑 여는 '자본주의 축제'
초창기 주주 3대가 나란히 주총場 찾기도
벅셔해서웨이의 50번째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낮 12시. 주총이 열리는 오마하시 센트리링크스 컨벤션센터로 4만여명의 인파가 줄지어 들어갔다. 이날은 벅셔가 투자한 회사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쇼핑의 날’. 전시장에는 1달러짜리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가판대부터 개인제트기 모형을 갖춘 부스까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주주들은 하루 동안 맘껏 지갑을 열며 벅셔가 투자한 회사의 ‘대박’을 기원한다.
벅셔해서웨이의 주총은 ‘자본주의의 축제’라고 불린다. 주주들은 매년 벅셔의 본사가 있는, 미국 중북부 네브래스카주의 미주리강 연안 오마하에 모여 벅셔가 투자한 회사 제품을 구매하고, 음식을 즐기며, 단축마라톤도 함께한다. 회사 경영진은 물론 이사회 멤버도 모두 참여한다.
벅셔의 주주들은 이미 부자 반열에 올라 있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주가가 21만5800달러, 한화로 약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자신을 전업투자자라고 소개한 아서 코헨은 “1980년 초반 주당 1250달러에 산 벅셔 주식을 지금까지 25년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마하의 순례자’로 불리는 벅셔의 주주들은 이처럼 대부분 장기투자자다. 주총장에는 할아버지가 된 초기 주주와 아들, 손자 삼대가 나란히 걸어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워런 버핏이 1965년 인수해 올해로 50회째 주총을 맞는 벅셔는 인수 당시 작은 섬유회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세계 최대 투자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벅셔의 주가는 지난 50년간 182만6163%, 연평균 21.6% 상승했다. 버핏 개인도 지난해 말 기준 재산이 727억달러(약 78조원)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부자에 올랐다.
오마하=이심기 sglee@hankyung.com
저신용자에 대출 줄이는 것 당연
첫 질문은 공격적이었다. “벅셔가 윤리적인 회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벅셔의 투자회사 중 한 곳인 클레이튼홈즈가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 대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줄였다. 문제가 많은 것 아닌가.” 주주의 이 같은 질문에 버핏이 마이크를 잡았다. “클레이튼도 다른 회사와 마찬가지로 건전한 재무제표를 유지해야 한다.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이 모기지로 주택을 사면 그 사람도 손해를 본다. 채무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큰 고객에게 대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주주가 다시 손을 들었다. “벅셔의 투자 파트너인 3G(브라질 사모펀드)는 인수 후 직원을 강제로 해고하고 있다. 왜 벅셔는 침묵하는가.” 버핏은 “3G가 인원을 감축한 뒤 실적이 좋아졌다”며 “자본주의에서 효율성은 필수”라고 말했다.
투자실패 논란이 일고 있는 회사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IBM은 죽어가는 회사다. 투자에서 손을 뗄 생각은 없나”라고 한 주주가 질문했다. IBM은 올 1분기까지 12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다. 벅셔는 IBM의 지분 9.2%를 보유한 대주주다. 이번엔 멍거 부회장이 입을 열었다. “나의 대답은 노(no)다. IBM처럼 오랜 기간 변화에 적응하면서 사업을 유지해온 회사는 드물다. 우리는 적어도 5년 후의 모습을 보고 투자한다.” 버핏도 말을 보탰다. “우리는 단기 수익보다 미래에 더 관심이 있다. 1분기에 IBM 주식을 더 매입했다.”
10년 내 수익성이 좋아질 기업을 골라내는 기준을 설명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멍거 부회장은 “투자에 정해진 공식은 없고, 하나의 잣대를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도 없다”며 “(각 기업을) 더 연구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답했다.
주주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버핏의 후계’ 문제도 제기됐다. 버핏은 “벅셔에는 분명하게 확립된 문화가 있다”며 “벅셔가 유지되는 것이 개인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떠나면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기업 문화는 톱다운(하향식)이어야 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며, 명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벅셔의 차기 CEO 조건에 대해서는 투자와 기업 경영 모두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계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경기 나쁘다고 투자 중단하진 않아
주주들의 질문은 저금리와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이어졌다. 버핏은 경기지표가 악화됐다는 이유만으로 벅셔가 투자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까지 지표가 안 좋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포기한 적은 없다”며 “만약 앞으로 경기가 난기류에 빠져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는 행동할 준비가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타이밍을 놓치더라도 끝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1%라도 부주의하게 성급한 결정을 하기보다는 100배 더 주의를 기울이는 쪽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을 이기는 펀드매니저는 없다
버핏은 장기투자에 대한 확신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2007년 헤지펀드 프로테제의 지데스 회장과 향후 10년간 S&P5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와 헤지펀드의 수익률을 비교해 진 쪽이 100만달러를 주기로 내기를 한 사실을 거론하며 “지난해 S&P500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은 13.6%였지만 헤지펀드는 5.6%에 그쳤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그동안의 누적 수익률도 헤지펀드가 19.6%로, 인덱스펀드의 63%보다 훨씬 낮다”고 강조했다. 버핏은 “헤지펀드는 지금까지 잘해왔던 적 없이 높은 수수료만 받을 뿐”이라며 “헤지펀드에 투자한 사람은 상당히 비싼 대가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핏은 평소 “시장을 이기는 펀드매니저는 없다”고 말해왔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벅셔해서웨이의 분할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해 버핏은 “그들로부터 회사를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라며 “벅셔의 시장가치는 방어에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벅셔 주주총회는
주주들이 맘껏 지갑 여는 '자본주의 축제'
초창기 주주 3대가 나란히 주총場 찾기도
벅셔해서웨이의 50번째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낮 12시. 주총이 열리는 오마하시 센트리링크스 컨벤션센터로 4만여명의 인파가 줄지어 들어갔다. 이날은 벅셔가 투자한 회사들의 제품을 구매하는 ‘쇼핑의 날’. 전시장에는 1달러짜리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는 가판대부터 개인제트기 모형을 갖춘 부스까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주주들은 하루 동안 맘껏 지갑을 열며 벅셔가 투자한 회사의 ‘대박’을 기원한다.
벅셔해서웨이의 주총은 ‘자본주의의 축제’라고 불린다. 주주들은 매년 벅셔의 본사가 있는, 미국 중북부 네브래스카주의 미주리강 연안 오마하에 모여 벅셔가 투자한 회사 제품을 구매하고, 음식을 즐기며, 단축마라톤도 함께한다. 회사 경영진은 물론 이사회 멤버도 모두 참여한다.
벅셔의 주주들은 이미 부자 반열에 올라 있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주가가 21만5800달러, 한화로 약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자신을 전업투자자라고 소개한 아서 코헨은 “1980년 초반 주당 1250달러에 산 벅셔 주식을 지금까지 25년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마하의 순례자’로 불리는 벅셔의 주주들은 이처럼 대부분 장기투자자다. 주총장에는 할아버지가 된 초기 주주와 아들, 손자 삼대가 나란히 걸어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워런 버핏이 1965년 인수해 올해로 50회째 주총을 맞는 벅셔는 인수 당시 작은 섬유회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세계 최대 투자 지주회사로 탈바꿈했다. 벅셔의 주가는 지난 50년간 182만6163%, 연평균 21.6% 상승했다. 버핏 개인도 지난해 말 기준 재산이 727억달러(약 78조원)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 부자에 올랐다.
오마하=이심기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