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4월27일 오전 6시1분

[마켓인사이트] 지자체가 주관사 선정에 '입김'…'1조 알펜시아' 연내 매각 물 건너가
강원도개발공사가 공기업 부채 감축을 위해 추진하는 ‘1조원 규모’의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사진) 매각이 주관사 선정 문제로 표류하고 있다. 상급기관인 강원도가 강원도개발공사에 몇몇 사설 인수합병(M&A) 자문업체(부티크)를 주관사에 포함시키라고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관사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작년 11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한 알펜시아리조트 매각주관사 선정 공개경쟁입찰에 삼일회계법인과 유안타증권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참여하자 유효경쟁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정을 유보했다. 대신 올해 초 수의계약 방식으로 삼일-유안타 컨소시엄과 주관사 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관사 수수료협상 과정에서 계약 체결이 3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켓인사이트] 지자체가 주관사 선정에 '입김'…'1조 알펜시아' 연내 매각 물 건너가
당초 업계에선 강원도개발공사가 ‘1~2월 매각주관사 선정→2~4월 실사→5월 매각공고→하반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연내 매각 완료’를 예상했다. 하지만 매각주관사 선정이 차일피일 늦춰지면서 5월에 주관사가 선정되더라도 물리적으로 연내 매각은 물건너가게 됐다.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관계자는 “2010년부터 알펜시아 매각 과정에 간접적으로 참여해온 중소형 M&A부티크들이 강원도에 매각주관사 컨소시엄에 참여시켜달라고 민원을 넣었다”며 “강원도 역시 이런 민원을 묵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사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공사 관계자는 “강원도청에서 중소형 M&A부티크가 매각주관 업무에 일정 부분 역할을 수행하거나 수수료를 나눠 가질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문의해왔다”고 전했다. 매각가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알펜시아리조트의 매각주관사 수수료는 30억~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M&A부티크들은 지방자치단체 고위층이나 지역 정치권과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도나 공사가 이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일-유안타 컨소시엄 측은 공개경쟁입찰에 참여하지도 않은 중소형 M&A부티크를 갑자기 주관사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특히 일부 인수후보기업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M&A부티크가 갑자기 참여할 경우 매각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감사원 감사를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컨소시엄 측은 이와 관련, 법률적 검토 의견을 첨부한 국내 대형로펌의 의견서를 공사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핵심 기반시설로 조성된 알펜시아 리조트는 무리한 설계 변경과 글로벌 금융위기로 분양에 실패해 1조원이 넘는 빚을 공사에 안겼다. 공사는 작년 말 부채가 1조2312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350%에 달한다. 매년 300억~400억원 가까운 이자비용을 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