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경영 덕목…비틀어야 제대로 보인다
최근 쏟아지는 기업인들의 성공 스토리나 리더십과 혁신을 다루는 경영서, 조직과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자기계발서 등의 핵심 내용은 대부분 창의성 열정 탁월함 협력 준비성 등 몇 가지 미덕을 강조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예를 들어 끊임없는 열정과 창의성을 가지고 준비해온 개인이나 조직이 ‘뜻밖의 행운(세렌디피티)’을 발견할 수 있고, 거기서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식이다.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지 않는 이런 미덕들은 많은 기업과 조직의 리더나 구성원에게 바람직한 업무·생활방식의 표본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특정한 미덕이 리더나 조직문화에 의해 누구나 의심 없이 따라야 할 핵심 가치로 받아들여지거나 강요될 때 부작용과 역효과를 초래한다.

모든 분야와 과정에 탁월함을 요구하는 기업에선 미숙한 아이디어나 샘플을 내놓고 의견을 주고받는 일이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완숙하게 다듬을 경우 뛰어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제품을 놓치기 쉽다. 창의성을 치켜세우는 기업은 혁신을 이루는 것보다 새로움 자체나 자존심과 관심을 위한 새로움에 집중하게 된다. 균형을 신봉하는 기업은 특출나고 색다른 일을 추진하기보다 두루두루 잘되게 하기 위해 밋밋한 타협을 선호한다.

기업을 대상으로 교육·컨설팅사업을 하는 제이크 브리든은 《성과를 내려면 원칙을 비틀어라》에서 기업이나 개인이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비즈니스 덕목을 ‘신성한 소’에 비유한다. 책의 원제는 ‘신성한 소 뒤집기(tipping sacred cows)’다. ‘소의 땅’으로 불리는 인도 휴양도시 고아에선 잔뜩 치장한 소들이 붐비는 도심 거리를 느릿느릿 돌아다닌다. 이 소들은 교통 체증을 유발하며 통행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누구도 건드리지 않는다. 독실한 숭배를 받는 신성한 대상이다. ‘신성한 소’란 개념은 여기서 나왔다. 그 자체로 성스러운 것으로, 어떤 형태로든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관념이나 관습, 제도를 가리킨다.

저자는 직장생활 곳곳에 잠복해 있는 ‘신성한 소’를 뒤집어본다. 오랜 컨설팅 경험과 심리학 경제학 경영학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가장 강력하고 인식하기 어려우며 많은 해를 끼치는 7종의 ‘신성한 소’를 제시한다. 균형 협력 창의성 탁월성 공정성 열정 준비성 등이다.

저자는 각 덕목의 진정한 의미를 짚고,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협력을 예로 들면 저자는 기계적 협력과 책임 있는 협력을 구분한다. 기계적 협력은 원만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부진한 성과와 낮은 생산성을 초래한다. 목적이 아니라 구조 때문에 존재하는 팀은 시간을 낭비하고 무기력을 습관화하며 집단적 사고에 매몰되게 한다. 모두가 참여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일이 생긴다. 책임 있는 협력은 조직에서 추구하는 분명하고 한시적인 목적에 따라 힘을 모은 것이다. 혼자 일하는 것을 기본 조건으로 삼고, 필요할 때만 협력하며, 신뢰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공정성도 결과에 중점을 두면 신성한 소가 된다. 공정한 결과만 추구하는 리더는 다양한 관점을 단조로운 동일성으로 바꾸고 보상과 인정의 차별화와 의미를 약화시킨다. 합당한 상벌을 내리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과정의 공정성’을 추구해야 한다.

저자가 신성한 소를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뒤집고 살펴서 제대로 보존하자는 것이다. 그는 “일곱 가지 미덕 중 직장과 조직, 개인이 하나도 갖추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라며 “핵심은 이 미덕들을 해가 아니라 도움이 되도록 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성한 소가 만들어지고 힘을 더해 가는 과정은 개인이나 조직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일곱 가지 미덕 말고도 많은 신성한 소가 자리 잡고 있을 수 있다. 저자는 “당신의 핵심적인 신념을 생각하고 평소 어떤 조언을 하는지 살펴보라”고 권한다. “거기 숨어서 발목을 붙잡고 있는 신성한 소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성공에 도움을 주던 미덕이 어느 순간 성과에 지장을 초래하는 부담으로 바뀌곤 한다”며 “성공적인 리더가 되려면 의심없이 섬겨온 미덕이 언제 악덕으로 바뀌는지 알아채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