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개인재무관리 ABC] (5) 인생의 기회비용
물론 재무관리 교재에 나오는 정형화된 기회비용 문제를 푸는 것과 우리 인생의 선택 시점마다 존재하는 기회비용을 파악하는 것은 다르다. 첫째, 후자의 경우 정답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 2학년일 때 학업을 접고 사업에 전념하기 시작했는데, 그보다 1년 전 혹은 1년 후에 창업하는 것이 더 좋았을지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교과서 문제에서는 다른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지만 우리 인생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결단에 의해서만 최적 선택이 결정된다. 둘째, 후자의 경우 교과서 문제처럼 1원 단위의 정확한 계산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선택의 방향이나 시점 등 핵심 사항에만 집중하면 된다. 게이츠의 경우 사업에 모든 것을 다 걸기로 대학 2학년 때 결정을 내렸다.
셋째, 기회비용 개념이 확대되면 전체 삶의 방향에도 적용될 수 있다. 왜 이태석 요한 신부는 한국에서 의사로 유복한 삶을 살지 않고 사제가 돼 아프리카 남수단 툰즈에서 교육과 의료 활동을 펴다 생을 마감했을까. 아마도 한국에서 평범한 의사의 길을 갈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삶의 가치 즉 현재 삶의 기회비용이 너무 크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삶에 진지한 모든 이에게 의식적이든 아니든 기회비용 개념이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모든 일에 있어 기회비용이 크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능 성적이 탁월해 의대에 진학할 수 있지만 자신의 적성과 취향이 소프트웨어 설계에 있는 학생은 두 진로 사이에서 고민할 수 있다. 이때에도 어느 쪽이 기회비용을 줄이는 선택인지 생각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최상위권 학생들이 모두 의대에 진학하면 일부 학생의 기회비용은 물론 전체 사회의 기회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다. 필자 또한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는 10분의 기회비용이 더 크지 않도록, 즉 어느 다른 10분보다도 이 칼럼의 가치가 더 크도록 노력한다.
유진 <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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