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보증이 오는 5월11일 입주할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 부산시 제공
한국해양보증이 오는 5월11일 입주할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 부산시 제공
오는 6월 영업 개시를 앞둔 한국해양보증이 정부와 민간부문 출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첫걸음부터 삐걱대고 있다.

28일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한국해양보증은 다음달 중으로 보험업 허가를 받은 뒤 6월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기로 하고 최근까지 경력직 25명 등 직원 채용을 마쳤다. 다음달 11일 부산 문현동 문현금융단지 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13층에 사무실을 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선박금융공사의 대안으로 부산에 설립되는 한국해양보증은 정부와 민간부문에서 5500억원을 출자해 해운사의 선박 건조 및 운용과 관련한 보증업무를 담당한다. 한국해양보증이 출범하면 선박을 담보로 후순위채나 지분 투자 등에 보증을 지원해 장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의 중소 해운사와 조선사 등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부산시의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6위인 부산항의 우수한 항만인프라에 해운업과 금융업을 접목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면 부가가치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자금 5500억원을 확보하지 못해 난관에 부딪혔다. 한국해양보증은 정부 예산 500억원과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의 정책자금 600억원 등 모두 1100억원의 출자금을 확보했다. 앞으로 2019년까지 정부 재정 2700억원, 민간 출자금 2800억원 등 모두 5500억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정부와 민간의 출연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중기재정계획에 한국해양보증 추가 출자금을 반영하지 않아 재정 투입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이에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기재부의 한국해양보증 추가 재정투입을 촉구했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공동대표는 “기재부는 정부출자금을 모두 거부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겨우 반영한 500억원도 아직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해양보증이 재정계획도 없이 출발하면 부산의 해양금융허브 목표는 물거품이 될 우려가 큰 만큼 정부는 출자금 마련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부문 출자금 확보가 난항을 겪으면서 선주협회와 해운사, 조선사 등이 출연해야 하는 민간부문 출자금 조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선주협회는 올초 1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으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한국해양보증을 이용하는 선사나 조선사가 내야 할 분담금도 영업을 본격화하기 전까지 마련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정부 재정과 해운·조선업계의 동반 출자가 이뤄져야 한국해양보증이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제대로 된 보증 지원을 할 수 있다”며 “당장 전체 재원을 확보하기는 어렵더라도 추가 출연계획 등을 구체화해 기금을 안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