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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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줄·연고 네트워크 만연한 사회
선진국 진입 스스로 가로막는 요인
비리·부패 양산하는 규제 제거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선진국 진입 스스로 가로막는 요인
비리·부패 양산하는 규제 제거를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20년도 더 된 일이다. 학회에 참가하기 위해 난생처음 동유럽에 갔는데 여비를 아끼느라 잡은 도심 외곽의 싸구려 호텔 창문을 통해 한국 대기업의 대형 광고판을 보고 놀라 애국심이 솟구쳤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젠 세계 어디를 가도 자연스럽게 우리 기업의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이제 한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국가가 된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10년간 일했다는 프랑스인이 쓴 책의 제목 그들은 미쳤다. 한국인들처럼 미치지 않고서는 지금의 성장을 이룰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가끔 한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성완종 충격’은 이제까지 우리가 이룬 성장의 열매를 거두고 새 나무를 심어야 할 때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외환위기 때 한 기업 회장이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말한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현직 총리를 사퇴시키는 이번 성완종 사건을 보니 한국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일이란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이는 기업과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도 정부 관료가 산하 기관장으로 내려가고 협회와 유착해서 안전규제를 무력화시킨 탓이다.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세운 세계 속의 한국은 외환위기 때 ‘정실자본주의’로 지탄을 받았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8개국 중 4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아직은 창피한 수준이다.
이게 바로 국회 통과 이후 위헌 시비부터 시작해 법 적용 대상에 대한 일관성과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명 ‘김영란법’이란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 법안’에 국민이 동의하는 이유다. 아직도 외국인들은 우리 사회를 정치계, 경제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계, 문화계, 심지어 종교계에까지 연줄과 연고 네트워크가 횡행하는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사회’라고 보고 있다. 이번 성완종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발본색원하라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물론 관련 비리와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는 법에 의해 엄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스폰서 검사’가 금품수수와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풀려나는 것도 현실이다.
관련자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정부패의 뿌리를 제거하는 일이다. 가깝게는 세월호 참사와 멀게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참사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건 뒤에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있었다. 한국이 소득 3만달러 시대의 선진국형 경제로 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정부패의 원인을 제공하는 과도한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다. 경제원리에 반해 잘못 만들어진 규제는 부패만 양산하게 된다. 돈 봉투를 들고 와 청탁할 정도의 권력이 따르는 규제가 있다면 돈 봉투와 관련된 자를 어렵게 찾아내 처벌한다 한들 또 다른 자가 다시 돈 봉투를 들고 다니게 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청탁이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의사결정과 연관되는 부패가 심한 나라는 경제적 비효율이 심해 낭비가 따르게 될 것이다.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으로 최대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뇌물 등의 수단을 동원한 기업이 성한다면 누가 위험도가 큰 투자를 하겠는가 말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순방한 남미 국가들이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후진국이란 오명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부패와의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부정부패와 연관된 비리의 뿌리를 뽑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양책을 통한 일시적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어렵더라도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세계 속의 한국 기업 광고판이 자랑스럽고 애국심이 솟아나게 말이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하지만 지금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성완종 충격’은 이제까지 우리가 이룬 성장의 열매를 거두고 새 나무를 심어야 할 때라는 것을 말하는 듯하다. 외환위기 때 한 기업 회장이 “한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것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것과 같다”고 말한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현직 총리를 사퇴시키는 이번 성완종 사건을 보니 한국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일이란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다. 이는 기업과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도 정부 관료가 산하 기관장으로 내려가고 협회와 유착해서 안전규제를 무력화시킨 탓이다.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세운 세계 속의 한국은 외환위기 때 ‘정실자본주의’로 지탄을 받았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8개국 중 43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로 아직은 창피한 수준이다.
이게 바로 국회 통과 이후 위헌 시비부터 시작해 법 적용 대상에 대한 일관성과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일명 ‘김영란법’이란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 법안’에 국민이 동의하는 이유다. 아직도 외국인들은 우리 사회를 정치계, 경제계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계, 문화계, 심지어 종교계에까지 연줄과 연고 네트워크가 횡행하는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사회’라고 보고 있다. 이번 성완종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 관련자를 발본색원하라는 것이 국민 여론이다. 물론 관련 비리와 부정부패에 연루된 자는 법에 의해 엄벌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스폰서 검사’가 금품수수와 업무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풀려나는 것도 현실이다.
관련자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정부패의 뿌리를 제거하는 일이다. 가깝게는 세월호 참사와 멀게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참사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건 뒤에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있었다. 한국이 소득 3만달러 시대의 선진국형 경제로 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부정부패의 원인을 제공하는 과도한 규제를 제거하는 것이다. 경제원리에 반해 잘못 만들어진 규제는 부패만 양산하게 된다. 돈 봉투를 들고 와 청탁할 정도의 권력이 따르는 규제가 있다면 돈 봉투와 관련된 자를 어렵게 찾아내 처벌한다 한들 또 다른 자가 다시 돈 봉투를 들고 다니게 되는 결과만 가져올 뿐이다.
청탁이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의사결정과 연관되는 부패가 심한 나라는 경제적 비효율이 심해 낭비가 따르게 될 것이다. 제한된 인적·물적 자원으로 최대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뇌물 등의 수단을 동원한 기업이 성한다면 누가 위험도가 큰 투자를 하겠는가 말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순방한 남미 국가들이 풍부한 자연자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후진국이란 오명에서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한 것은 부패와의 전쟁에서 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회 전반에 팽배한 부정부패와 연관된 비리의 뿌리를 뽑지 않고는 선진국으로 갈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부양책을 통한 일시적 성장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어렵더라도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 세계 속의 한국 기업 광고판이 자랑스럽고 애국심이 솟아나게 말이다.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