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에 대한 원화 가치의 강세가 예사롭지 않다. 원·엔 재정환율은 어제 서울 외환시장에서 한때 마지노선이라는 100엔당 900원 밑으로 떨어졌다. 7년2개월 만의 최저치(원화 가치 상승)다. 원·엔 환율은 아베노믹스의 통화확대로 인해 2012년 말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정부가 원화와 엔화의 동조화 방침을 밝힌 이후로는 줄곧 100엔당 900원 이상을 유지해 왔다. 충격이 작지 않다.

당장 수출 타격이 심각하다. 한국의 수출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의 100대 수출품목 중 겹치는 상품이 50개가 넘는다.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수출이 올 들어 3개월 연속 감소세다. 우리 경제의 유일한 활로인 수출이 부진에 빠지면 올 성장률이 3%선은커녕 2%대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제는 미 달러화 약세 속에서 원화 가치 상승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최근 한 달여 동안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4.6% 오른 반면, 엔화 가치는 1.3% 상승했다. 엔화의 3배를 넘는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등 다른 아시아국보다 훨씬 높다. 이런 원화의 상대적 강세는 매년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경상수지 흑자의 영향이 크다.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2월까지 3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는 2013년 799억달러에서 2014년 892억달러로 늘었고 올해도 96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게 한국은행의 전망이다. 최근에는 외국인 주식자금까지 들어온다.

달러가 흘러넘치니 원화만 유독 강세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업의 해외투자를 만류하는 분위기다. 해외자원개발은 중단된 지 오래다. 더구나 미국으로부터 환율조작 의심까지 받는 상황이다. 정부는 정작 정부 책임이 필요한 부문에는 손을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