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6층의 조용병 행장(사진) 집무실 앞에선 대면보고를 위해 대기하는 임직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전엔 이른 아침부터 행장 집무실 앞에 업무 서류를 들고 차례를 기다리는 임직원이 많았지만 조 행장 취임 뒤 이런 풍경이 사라졌다.

지난달 18일 취임한 조 행장이 ‘모든 보고를 가급적 이메일로 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부터다.

조 행장이 신한은행의 ‘보고 문화’를 바꾸고 있다. 조 행장은 부서장은 물론 부행장들에게도 “굳이 직접 찾아와 보고하지 말고 이메일로 보고서를 보내라”고 주문했다.

보고를 위해 기다리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등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을 바꿔보자는 취지에서다.

비대면·온라인 보고는 조 행장부터 적극 실천하고 있다. 매일 부서별 보고를 이메일로 받은 뒤 추가로 궁금한 사항이나 필요 자료가 있으면 전화로 해당 부서에 직접 요청한다. 외부 일정 때문에 집무실을 비울 때는 차 안에서 아이패드 태블릿PC로 보고내용을 체크한다.

조 행장은 비대면·온라인 중심의 업무 처리에 익숙하다.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맡았을 때도 서류 대신 온라인으로 보고를 받았다. 신한은행장 취임식 땐 종이 원고 대신 아이패드를 단상에 올려놓고 취임사를 읽기도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새 보고 방식에 어색해하던 임직원들도 조 행장 취임 뒤 한 달여가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졌다”며 “신한은행의 종이 소비량이 확 줄어들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