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묻는 청소년 소설
제8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꽃 달고 살아남기는 청소년문학에서 다소 낯선 소재인 ‘정신 질환’을 다룬 장편소설이다. 주인공 진아는 한 시골 마을의 노부부에게 찾아온 업둥이란 사연까지 지녔다. 설정만 놓고 보면 우울한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작가 최영희 씨(39·사진)는 “이 작품은 권장도서가 돼 숙제처럼 읽히기보다 아이들이 좋아서 읽는 책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어린이와 문학’을 통해 등단한 최씨는 같은해 쓴 단편 ‘똥통에 살으리랏다’로 제11회 푸른문학상을 받은 신예 작가다. 그는 서울 청소년들이 겪는 교우나 진학 문제 대신 ‘나는 누구인가’라는 본질적 문제에 접근했다. 청소년문학이 기본적으로 성장기를 바탕으로 하지만 기존 소설과 차별성을 갖는 대목이다.

인근 도시의 고등학교에서 유학하던 진아는 어느 날 고향에 들렀다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자신이 떠돌이 여인 ‘꽃년이’와 닮았다는 어른들의 수군거림을 들었기 때문. 그래도 진아는 자신의 처지에 절망하지 않고 정말 업둥이가 맞는지, 나는 누구인지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남자친구 ‘신우’가 조력자로 등장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진아와 신우의 존재, 둘 사이의 관계가 반전처럼 드러난다. 청소년 독자에게는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장르적 요소를 좋아하는 성인 독자도 반길 만한 구조를 갖췄다. 소설 속 푸근한 경상도 사투리도 읽는 맛을 더한다.

최씨는 “주인공이 여행을 떠나는 곳으로 서울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나고 자란 경남 하동과 진주를 배경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자리를 함께한 오세란 청소년문학평론가는 “이제 청소년소설은 성장담에서 탈피할 때가 됐는데 기다렸던 작품이 왔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 책이 우리 청소년소설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