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는 외형, 씨티는 내실…다른길 가는 외국계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둘 다 외국계 시중은행으로 SC은행은 2005년 제일은행을, 씨티은행은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본격적으로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했다.

은행장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도 같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지난해 10월 말, 박종복 SC은행장은 올해 1월 취임했다. 하지만 두 은행의 신임 행장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박종복 행장은 한국형 영업을 통한 토착화와 함께 외형 키우기를, 박진회 행장은 다른 은행과 차별화되는 작지만 강한 은행을 새로운 경영 방향으로 제시했다.

박종복 행장이 강조하는 것은 영업이다. 취임 당시 “SC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인 만큼 한국식 영업으로 토착화를 이루겠다”고 밝힌 그는 개조한 승합차를 타고 전국 영업점을 돌며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박진회 행장은 작지만 강한 은행, 민원 없는 은행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그는 취임 때부터 “한국계 대형 은행들 사이에서 규모 키우기는 의미가 없다”며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다.

두 은행의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주택담보대출 영업 전략이다. SC은행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상품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금리를 낮추고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자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퍼스트홈론의 금리는 국내 최저 수준인 연 2.65%부터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금리를 정하는 주택금융공사 적격대출 상품은 연 2.91%(10년 만기 기준)다.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낮다. 개인 고객을 늘리기 위해서다.

박종관 SC은행 개인여신상품부장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소매금융의 핵심이라고 본다”며 “이를 통해 신규 거래를 늘리고 고객 수를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씨티은행의 적격대출 금리는 연 3.68%로 다른 시중은행보다 크게 높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과 개인신용대출은 주력 영업 대상이 아니다”며 “자산관리와 카드영업 중심으로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은행장은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SC은행은 핀테크 등 새로운 영업채널에 큰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지만, 씨티은행은 ‘기존에 하던 것을 강화하면 된다’는 전략이다.

SC은행은 지난해부터 ‘모빌리티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향후 16.5㎡ 정도의 모바일 기반 점포를 전국에 수백개 배치해 대형 은행과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SC은행은 최근 신세계그룹과 제휴를 맺고 이 같은 소형 모바일 점포를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배치하기로 했다.

반면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핀테크는 은행들의 기존 디지털 전략과 크게 다를 게 없는 개념”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서비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힘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이와 관련해 “국내 대형 은행과의 경쟁을 택한 SC은행의 전략이 맞을지, 소형화와 차별화를 택한 씨티은행이 맞을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결과에 따라 한국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몰고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