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대중문화 퍼스트레이디'와 인터뷰
소설가, 수필가, 예술평론가, 극작가, 연극연출가, 영화감독, 사회운동가, 전방위 예술가. 수전 손택(1933~2004)만큼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 인물도 흔치 않다. ‘뉴욕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미국 문단의 다크 레이디’ 등 별칭도 다양하다. 사후 그의 열정적인 삶을 그린 서사물도 쏟아졌다. 그중 손택의 일기를 바탕으로 만든 연극 ‘손택:다시 태어나다’는 2013년 10월 서울 대학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수전 손택의 말》은 40대 중반 원숙기에 접어든 손택의 ‘말’을 들려준다. 1978년 당시 잡지 ‘롤링 스톤’의 편집자이자 저술가였던 조너선 콧이 파리와 뉴욕에서 12시간에 걸쳐 손택과 인터뷰한 전문을 가능한 한 해석과 편집을 배제하고 긴 호흡으로 옮겨 적었다. 인터뷰는 손택이 1974년 유방암 선고를 받고 2년여간의 투병 생활을 통해 얻는 통찰을 담은 《은유로서의 질병》의 출간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전해 출간한 역작 《사진에 관하여》로 문화예술계의 주목을 받던 때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책 속의 손택은 패기 넘치고 당당하다. 질병과 당대 사회 풍조와 사조, 성 관념, 음악, 영화, 문학, 성, 사랑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명료하고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다. 젊음과 늙음, 남성과 여성 등 전형적인 이분 구조의 타파를 부르짖고 질병 등 객관적 세계의 실재를 부재하는 유심론적 사조들에 대해 가차 없이 비판한다.

“나는 최대한 책임감을 갖고 싶어요. 희생자라는 느낌을 받는 게 싫어요. (…) 내가 주체적으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자각을 최대한도로 확장하길 원해요.”(46쪽)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