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이정희 기자 r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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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100년이 넘는 우리은행은 올해 중대 기로를 맞을 전망이다. 신임 금융위원장이 민영화 재추진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져 있는 현재 상태로는 매각이 불가능한 만큼 올해 우리은행은 주가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배당을 통한 주주 환원 정책도 동반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장기투자 관점에서 매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배당 수익률 5% 이상 기대

올해 우리은행에 대한 배당 기대는 어느 때보다 컸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우리은행의 배당은 주당 500원으로 확정돼 시장 예상치 750원보다 적었다. 배당락 전일 이후 주가가 15% 가까이 하락한 배경이다. 우리은행은 적자를 기록했던 2013년을 제외하고 주당 배당금 250원 수준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배당금은 적지 않은 수치일 수 있다. 시장에선 우리은행이 올해 중간 배당 250원을 집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간배당을 포함한 배당 수익률은 약 5%가 넘는 수준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배당 매력이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조선 해운 등 고위험 자산 많아 충당금 부담

우리은행은 기본적으로 조선, 해운업 분야에서 고위험 자산이 많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순이자마진도 높아야 하지만 작년 8월부터 시작된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순이자마진 하락이 다른 은행 대비 도리어 큰 상황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SPP조선의 주채권 은행으로 이에 따른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시중은행 몇 곳이 48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동조선은 채권 비율로 17%를 부담하고 있다. 조만간 자금지원이 결정될 경우 충당금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감안해도 투자자들의 우려가 과도하게 주가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 현재 우리은행 주가는 94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올해 예상 주당 장부가치의 약 0.4배 내외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만 살펴봐도 유럽 재정위기 시절에 버금가는 낮은 수준이다. 우리은행의 민영화 무산에 따른 실망과 더불어 정부의 은행권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우리은행은 리먼사태 이후 2009년부터 총 12조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해왔다. 이는 전체 대출 대비 6.6%에 달하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지난 8년간 민감 업종에 대한 대손을 보수적으로 적립해왔다. 2010년 1.4%가 넘었던 대손율은 2014년 0.55%까지 크게 하락했다. 작년 4분기 8640억원의 부실채권을 상각하거나 매각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2014년 기준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2.1%까지 개선됐다. 올해는 1.9%, 2016년에는 1.8%까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간 위험산업에 대한 대출을 조절하면서 건전성을 관리해 오고 있는 만큼 올해와 내년엔 대손 비용 안정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은 순이자마진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다. 순이자마진 수준이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수준까지 하락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스스로도 현재 대출 성장 속도 등에서 나름대로 마진관리를 신경 쓰는 것으로 보인다. 곧 질적 성장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가져갈 것으로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연간 순이익 1조원 내외 기대

배당수익률 5% 기대…성장세 탄 기업 여신 '1조 순익' 성큼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증권사들의 이익 추정치가 최근 상향조정되는 추세인데 삼성자동차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지연이자 1300억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강점인 대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있고 중소기업 대출도 빠르게 증가 추세다. 중국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신에서 세전 1300억원 환입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올 4분기에 인식돼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연간 순이익은 9000억원 밑이다. 그러나 중국 PF 여신에서 환입되는 일회성 이익까지 포함할 경우 1조원 내외의 순이익을 거두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리 인상도 중요 변수다. 현재 대손율과 판관비율이 적절하게 관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경우 우리은행의 이익은 확대될 여지가 있다.

김수현 < 신한금융투자 기업분석 수석연구원 Sh.kim@shinha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