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법률가 마인드로는 성장 한계"…로펌 '싱크탱크' 잇단 출범
법무법인들이 경제 사회 등 분야 외부인사를 영입하면서 싱크탱크를 속속 출범시키고 있다. 그동안 로펌들은 공정거래위원회나 금융감독원 등 금융·경제 전문가를 ‘고문’이라는 이름으로 스카우트해왔지만 앞으로는 외곽 지원조직을 보다 체계화해 적극적인 역할을 맡기겠다는 취지다.

법무법인 지평은 최근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영입하면서 지평인문사회연구소를 신설했다. 김 전 위원장은 연구소 대표로서 경제뿐 아니라 인문사회 전반의 연구와 출판사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양영태 지평 대표는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일들을 추진하려면 식견과 경험이 풍부한 김 전 위원장 같은 분이 필요하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지평은 대법관 출신인 김지형 변호사를 영입하며 노동법 연구소(해밀)를 창설하고, 공익법인(두루)도 설치했지만 비법률 전문가로 연구소를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경제분석’ 전문가를 영입해 캐피탈경제컨설팅그룹(CECG)을 만들었다. 초대 그룹장은 미국 UC버클리 출신으로,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와 법무부에서 10여년간 소송 등을 진행한 신동준 박사가 맡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과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20년간 정보기술(IT) 산업과 공정거래 경제분석가로 활동한 홍동표 박사도 CECG에 합류했다. 외부 전문가로는 김진일 고려대 교수, 유진수 숙명여대 교수, 정광수 존스홉킨스대 교수,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재훈 광장 대표는 “외국은 이미 앞서 있지만 한국도 담합 등 공정거래 위반에 따른 손해산정 방식이 업그레이드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올초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신설하는 등 정부가 불공정행위 단속을 강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로펌 연구소 가운데 출발이 가장 빠른 곳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미래사회연구소다. 지난달 호텔신라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가 연구소를 책임지고 있다. 김 소장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시절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전략홍보조정회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변호사들을 스터디그룹 형태로 만나 사회과학적 접근법을 소개하고 생각의 틀을 바꿔주는 것이 그의 일이다. 법률 자구에 얽매이는 변호사들의 마인드로는 급변하는 주변 환경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법률가로 구성된 연구소들이 성장 한계점에 도달한 로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사건 유치를 위해 정부 부처 등을 기웃거리는 일부 로비스트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