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의 과세감면법안 발의 건수가 늘고 있다. 4·29 재·보궐선거와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 표심(票心)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15건이 발의됐다. 조특법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안으로 지난 1, 2월(각 3개)에 비해 5배 이상 늘어났다. 매달 2개 정도 발의되는 지방세특례제한법도 지난달 4개로 증가했다.

지역구가 제주인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19일 대표발의한 조특법 개정안은 제주지역 기업 사업장 등에 대한 포괄적인 조세감면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제주자유무역지역 입주기업의 세 감면, 제주도 골프장의 개별소비세 과세특례, 국제선박 등록에 대한 지방세 감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 대한 지방세 감면 등 ‘지역맞춤형’ 조세특례 방안을 담고 있다.

조정식 새정치연합 의원도 지난달 23일부터 사흘에 걸쳐 모두 5개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소기업이 고용을 늘린 만큼 사회보험료를 세액 공제해주던 것을 2년 연장하는 등 대부분이 올해 말로 예정된 과세감면 기간을 연장하는 내용이다. 조 의원의 지역구인 시화공단도 수혜 대상으로 꼽힌다.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도 총선을 위한 본격적인 지역구 활동에 앞서 선심성 조특법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충남 홍성·예산이 지역구인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은 농·수협 등 농·어업 조합의 예금에 대한 과세 감면과 농·어업인 등이 사용하는 석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제를 10년 연장하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김재경 새누리당 의원은 혁신도시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임직원들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또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법안도 함께 냈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계기로 ‘혁신도시’로 지정된 경남 진주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매번 총선을 앞둔 해에 과세 감면 법안이 대거 발의된다”며 “지금은 조특법 중 일몰기한이 도래한 것을 연장해주는 게 많지만, 총선이 코앞에 오면 지방세 감면 등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관계자는 “법안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발의만으로 의원의 의정활동 실적이 되니 선거를 앞두고 매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했다.

반면 비과세·감면을 없애거나 줄이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은 올해 단 한 건도 발의되지 않았다. 정부는 비과세·감면을 정비해 세수를 확보하겠다고 나섰지만 정치권은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올해 비과세·감면으로 깎아주는 세금이 전체 국세 수입의 13%에 해당하는 33조1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진명구 기자 pmg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