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친 입법'의 폭주…벌써 18대 기록 넘어섰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이 18대 국회 전체에 발의된 법률안 건수를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국회 의안 통계에 따르면 어제까지 접수된 법률안은 모두 1만3925건으로 18대 1만3913건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의원 발의는 1만3046건으로 전체의 93.7%다. 의원 1인당 43.6건을 제출한 셈이다. 서명한 법안을 합치면 수천건에 이른다. 의원수가 200명 이상 많은 미국(상·하원 535명)의 회기당 평균 1만건보다 많다. 당연히 자신의 이름이 서명된 법안을 기억하는 국회의원조차 드물 것이다. 법안 발의에는 동의해 놓고 정작 표결에서 반대하는 의원도 허다하다. 입법 남용이요 입법 타락이다. 이 같은 불량 입법 속에서 민주주의는 왜곡되고 법치주의는 파괴되는 중이다.

의원들은 무엇보다 찍어내면 모두 법이 되고, 많이 만들수록 열심히 일하는 것인 줄로 오인하고 있다. 그 결과 로비입법과 청부입법 대리입법이 판을 친다.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희망사항도, 그리고 통상의 윤리적 의무까지 처벌을 동반하는 법으로 만들어 낸다. 위헌적 요소를 살펴보거나 다른 법과의 상호중복 또는 모순 여부를 따지지도 않는다. 예산이 수반되는 법안에 재원조달 방안을 의무화하자는 논의에도 불구하고 ‘예산은 나몰라라’ 하는 법안이 쏟아진다. 까다로운 절차를 피해 규제 법안을 만들고 싶은 관료들은 의원들의 이런 속성을 교묘히 파고든다. 청부입법이 갈수록 증가하는 배경이다. 규제혁파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규제 입법이 늘고 있는 아이러니가 속출한다.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화학물질규제법(화평법)도, 통신시장 생태계를 무너뜨려 버린 ‘단통법’도 모두 의원 입법이다. 정작 통과돼야 할 법들은 제자리걸음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노동 개혁은 국회 밖으로 계속 밀려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 법률이 국민을 처벌하거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이다. 경제적 자유를 제한하고 국민을 전과자로 내모는 법들이 미친 듯이 태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