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영어권 문화체험을 진행하는 영어마을을 설립한 지 11년 만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선다. 비슷한 영어교육기관이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영어마을이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시 고위 관계자는 “이달 중 서울영어마을의 기능 개편에 대해 점검할 ‘서울영어마을 기능전환 필요성 및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내년부터 제2외국어 교육 시설과 청소년 시설을 들여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시가 영어마을 구조조정에 나선 건 설립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서울영어마을은 풍납캠프 수유캠프 관악캠프 등 세 곳으로, 민간업체와 3년 계약을 맺어 위탁 중이다. 시는 2004년 121억원을 들여 처음으로 풍납영어캠프를 조성했고, 2006년과 2010년 각각 수유와 관악캠프를 만들었다. 영어마을 건립에만 786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경기도를 비롯해 대부분 지방자치단체가 영어마을을 직영했던 것과 달리 시는 지금까지 영어마을 운영을 전적으로 민간 위탁사에 맡겨왔다. 이 때문에 만성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황이 낫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는 최근 들어 사교육체와 각 구청에서 비슷한 영어교육을 하면서 현 영어마을 시스템만으로는 운영이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에 따르면 세 곳의 영어마을은 매년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다. 영어마을 입소비는 입소 기간과 프로그램에 따라 2만~10만원이다. 지난해엔 세월호 참사로 학생들의 방문이 급감하면서 세 곳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저도 시의 보조금을 제외한 것이다. 시는 저소득층 및 사회적 배려 계층 대상으로 영어마을 입소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시가 매년 세 곳의 영어마을에 주는 지원금은 올해 기준으로 27억원에 달한다.

시가 영어마을의 대안으로 검토하는 건 제2외국어 교육 시설과 청소년 시설이다. 시 관계자는 “다른 지역과 달리 서울에선 여전히 영어 수요가 충분하다”며 “일부 영어마을 시설을 유지한 채 최근 들어 수요가 늘고 있는 제2외국어 시설을 갖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