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에 교과서 내용을 수정하도록 명령한 것은 적법한 조치였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 "고교 한국사 수정하라는 교육부 명령은 적법"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경란)는 한국사 교과서 6종 집필진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수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일 발표했다. 재판부는 “교육부의 수정명령은 수정의 필요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 피고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이뤄졌으므로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절차적 하자는 물론 내용상의 하자 역시 없다”고 판단했다.

교과서에서 수정명령이 내려진 내용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의 역할 △6·25 전쟁의 발발 책임 소재에 관한 부분 △북한의 토지개혁 △독립운동 중 한국광복군의 역할과 위상 △주체사상에 대한 설명 △북한의 경제 상황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에 관한 서술 △1997년 외환위기와 박정희 정부의 경제정책에 관한 서술 등이다.

재판부는 북한의 정치적 주장이 소개된 부분에 대해 “북한이 내세우는 ‘주체사상’ ‘조선민족제일주의’ ‘자주노선’ 등의 내용이 그대로 실려 있어 그것이 역사에서 어떤 맥락을 가지고 북한 주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해하기에 다소 부족하다”며 “이를 수정해야 진정한 의미 맥락을 전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 도입한 외국 자본이 1997년 외환위기를 일으킨 한 원인이 됐다는 서술에 대해서는 “상호 인과관계가 확실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을 충분한 경제학적 검증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연관시켜 공감대를 얻기 힘든 서술에 해당해 이를 제외하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천안함 피격 사건’ ‘연평도 도발 사건’ 서술에 대해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북한에 의해 발생한 부정적인 역사적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역사적 진실인 만큼 발생 주체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또 현대사 부분에 ‘피로 얼룩진 5·18’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다니!’ ‘궁지에 몰린 전두환 정부’ 등의 소제목이 쓰인 데 대해 “교과서에 사용되는 용어로 부적절하므로 수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이번 사건 교과서를 포함, 이념 편향 오류 논란이 제기된 고교 한국사 교과서 7종에 대해 41건의 수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천재교육,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금성출판사, 지학사 등 6개 교과서의 집필자 12명은 이에 불복해 같은 해 12월 수정명령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일선 학교에는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12월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하면서 학교에는 교육부 요구대로 수정된 교과서가 배포됐기 때문이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