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전선' '씨름'…군침 도는 연극 뷔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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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회 서울연극제 4일 개막

이번 연극제의 슬로건은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 연극제를 주최하는 서울연극협회의 남명렬 부회장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가장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르가 연극”이라며 “이번 서울연극제에서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짙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식 참가작 중 일제 강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연극이 세 편이나 된다. 개막작인 ‘만주전선’은 1942년 만주국 수도 신경(현 창춘)을 배경으로 조선인 유학생들의 허위의식과 속물근성을 풍자적으로 드러낸다.
극단 76단과 죽죽이 함께 만드는 ‘물의 노래’는 1923년 관동대지진 이후 이어진 조선인 대학살을 인간적 양심을 지닌 일본인의 시각으로 그린다. 극단 고래의 ‘불량청년’은 사회에 아무런 관심도 없이 살던 28세 상복이 광장에서 벌어진 집회에 휘말려 물대포를 맞고 1921년 경성으로 가 독립운동을 하던 김상옥을 만나는 이야기다.
극단 광장의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도 역사극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주인공 영웅은 억울하게 데모 주동자로 몰려 고문을 받는다. 이후 28년의 세월이 흘러 영웅의 ‘예고부고장’을 받은 대학시절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극단 바람풀의 ‘씨름’은 전쟁 후 운명이 뒤바뀐 동네 청년 건만과 웅치의 삶에 빗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를 누르고 올라서야 하는 왜곡된 경쟁을 표현한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의 ‘청춘, 간다’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30대 소설가 지망생과 대학원생이 청춘을 떠나보내며 느끼는 성장통에 관한 이야기다. 극단 ‘필통’의 가족극 ‘돌아온다!’는 시골 마을의 한 식당을 배경으로 가족의 애틋함과 소중함을 표현했다.
공식 참가작 외에도 신진 연출가 발굴 프로젝트인 ‘미래야 솟아라’에 11편, ‘자유참가작’에 9편의 연극이 출품돼 연극제 기간에 공연된다. 이 밖에도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 ‘서울시민연극제’ ‘대학로 소나무길 다문화축제’등 부대 행사도 풍성하게 열린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