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받은 총기 17만정…범죄 이용 '무방비'

세종시서 50대 남 엽총 난사로 3명 사망…구멍 뚫린 총기관리

전 동거녀와 금전 갈등 추정…용의자는 도주 후 자살한 듯
동거녀, 타지역에 있어 화 면해
경찰, 1인당 관리 총기 523정…은행서 돈 찾아가듯 입·출고

< 편의점 총기사고 현장조사 >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의 한 편의점에서 25일 오전 8시께 50대 남성이 엽총을 발사해 세 명이 숨졌다. 경찰 관계자들이 현장을 통제한 채 수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종시에서 50대 남성의 엽총 발사로 전 동거녀 가족 등 세 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사건 발생 직후 달아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렵에 사용돼야 할 엽총이 범죄에 쓰이면서 부실한 총기 관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치정에 따른 살인 추정

25일 오전 8시10분께 세종시 장군면 금암리에 있는 한 편의점 앞에서 강모씨(50·수원)가 출근을 위해 차량에 오르던 김모씨(50)를 엽총을 쏴 살해했다. 이어 인근에 있던 김씨의 집으로 이동해 김씨의 아버지(74)에게도 엽총을 쐈고, 바로 옆에 있던 편의점에 들어가 송모씨(52)를 향해서도 엽총을 발사했다. 이 사건으로 김씨 부자와 송씨 모두 숨졌다. 강씨는 편의점에 시너를 뿌린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하지만 오전 10시6분께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에서 약 1㎞ 떨어진 금강 변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김씨의 딸(48)은 한때 강씨와 사실혼 관계였으나 1년6개월 전 헤어진 뒤 송씨와 동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오후 경기 평택 지역에서 열린 계모임에 참석해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김씨의 딸과 관계를 청산하면서 편의점 투자 지분을 놓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강씨에게서 타살 흔적이 발견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허술한 총기 관리 도마에

범행에 사용된 엽총.

강씨는 이날 오전 6시25분께 충남 공주경찰서 신관지구대에 보관 중이던 자신의 이탈리아산 및 미국산 18.5㎜ 엽총 2정을 찾았다. 앞서 강씨는 지난 23일 오후 3시21분 신관지구대에 총기 2정을 맡겼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는 주거지나 수렵지역과 관계없이 전국의 지구대에 보관하고 출고할 수 있다”며 “강씨의 총기 출고와 입고 절차에 문제가 없었던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렵기간에 한해 포획승인증, 수렵면허증 등이 있는 경우에만 총기를 내주고 있다.

하지만 강씨처럼 경찰에 신고하고 총을 받은 뒤 범죄에 사용해도 막을 방법은 없다. 이에 지구대 등에서 합법적으로 총을 반출한 뒤라도 실시간 연락체계를 구축해 총의 위치를 파악하는 등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총기 담당 경찰 1인당 관리하는 총기가 평균 523정에 달해 총기 담당 경찰관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소지 허가가 난 총기는 총 17만3246정이다.

세종=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