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늪서 꽃피운 4050 희망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무라카미 류 소설집 '55세…' 출간

55세부터 헬로라이프(북로드)는 불황의 늪에서 고통받고 있지만 희망을 놓지 않은 중년들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일본 현대 문학을 책임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또 다른 무라카미 류의 신작이다. 무라카미 류는 그의 대표작인 69를 비롯 날카로운 문체로 미래가 없는 청춘들의 불안을 그린 작가로 유명하다. 69 속에서 방황하던 청춘들이 나이를 먹어 55세부터 헬로라이프의 주인공이 된 셈이다.
55세부터 헬로라이프는 다섯 개의 중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소규모 출판사에서 일하다가 경기 불황을 이유로 정리해고 당한다.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적고 예금은 빠듯하다. 아들은 아직 취업을 하지 못했다. 결국 주인공은 공사장 주변 교통을 정리하는 파견직 생활을 하고 아내도 집 근처 슈퍼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자신이 노숙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그는 작업 현장에서 만난 중학교 동창이 노숙인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고통스러워한다. 다른 작품 속 주인공들도 이 시대 중년이라면 한 번은 처하거나 느꼈을 법한 인생의 위기를 겪어나간다.
무라카미 류는 후기에서 “자신과 주인공들은 거의 동년배이며, 처한 상황은 달라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작품을 쓰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힘든 현실이지만 작품 속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삶을 이어간다. 여태까지 고생스럽게 살아왔는데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하는 허탈함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주저앉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