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대 대한변호사협회장에 당선된 하창우 신임 회장의 취임 일성은 ‘법조개혁’이다. 하 회장은 2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법조계가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변호사협회는 법원 검찰과 더불어 법조 세 축 중 한 축이다. 회원들 개개인은 판·검사들과 사법연수원 및 로스쿨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기들이고, 법복을 벗으면 로펌 등지에서 한 식구로 또 만난다. 하 회장은 양승태 대법원장의 경남고 7년 후배다.
그런데도 ‘개혁’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취임 첫날부터 법원 검찰을 향해 각을 세운 이유는 뭘까. 그 이유가 취임사에 나온다. 그의 개혁 1호 타깃은 ‘전관예우’다. “고위 법관이나 검찰 간부가 퇴직 후 재판이나 수사절차에 영향을 미치는 전관예우는 공정해야 할 사법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비리행위”라는 것이다. 판사 출신이 아니면 대법관이 될 수 없는 법관순혈주의, 판결 이유를 한 자도 알려주지 않는 심리불속행제도 역시 타파 대상으로 꼽았다.
대법원이 추진하는 상고법원 설치 반대는 하 회장의 핵심 선거공약이었다. 그는 “국회의 임명동의에 따라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대법관으로부터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대통령의 최고법관 임명권을 사실상 회피한다”고 반대 이유를 댔다. 검찰에 대해서도 검사평가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사법시험 유지 공약 등이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법원 검찰을 더 이상 못 믿겠다”로 압축된다.
하 회장 주장을 100% 수긍할 수는 없지만 적지 않은 부분에서 공감이 간다. 전직 대법관이 불과 5개월 만에 16억원을 버는 등 전관예우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극에 달했다. 편향된 정치성향으로 네티즌마저 혀를 내두르게 만든 댓글판사, 사채왕에게서 뇌물을 챙긴 판사 등은 법조계 비리의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의구심도 확산되고 있다. 하 회장의 ‘선전포고’에 법원 검찰이 답할 차례다.
배석준 지식사회부 기자 eul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