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미술품은 선조들의 ‘문화 DNA(유전자)’가 깃든 유산입니다. K팝이나 K아트 같은 문화의 씨앗을 키워내는 밑거름이기도 하고요. 중국은 명나라 도자기 ‘술잔’이 2억8100만홍콩달러(약 380억원)에 팔리는 등 시장이 활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20년 가까이 불황에 빠져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고미술업계도 이제 정말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전국 300여명의 고미술 상인 연합단체인 한국고미술협회(고미협) 제20대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지난 16일 무투표로 재선출된 김종춘 회장(65·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는 27일 취임하는 김 회장은 1997년부터 고미협회장을 일곱 번째 연임한 다보성갤러리 대표. 그는 최근 세계 최고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의 문화재 지정조사 착수를 비롯해 강진청자박물관 도자기 매입가 부풀리기 의혹 제기 등 고미술품 관련 뉴스의 핵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김 회장은 시장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짝퉁’을 몰아내기 위해 임기 동안 ‘가짜와의 전쟁’을 벌이는 동시에 매년 대규모 고미술 장터를 열겠다고 했다.

“가짜가 워낙 교묘하고 해마다 새로운 가짜 제작 기법이 나와 진위를 가리기 쉽지 않아요. 전문가들도 종종 속아 가짜를 구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가 지난 7년간 고미술 감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고미술품의 진위 구별이나 가치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16주 과정의 고미술 감정아카데미 운영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고미술 감정아카데미를 개설했더니 전직 장관, 금융사 임원, 교수, 변호사 등 각계각층에서 뜨겁게 호응하더군요. 올해로 감정아카데미를 수료한 회원만 2000명 가까이 됩니다. 앞으로 이들이 한국 고미술 시장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올해에는 정규 고미술 전문대학 설립도 준비 중이고요.”

그는 “고미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누구나 쉽게 자기 그림을 팔고, 고객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세운 기준은 세 가지. 어떤 형태든 애호가에게 소장 가치를 줘야 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높여야 하며, 모든 사람에게 전통문화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고미술품이 지난 20년간 불황으로 가격이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안목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장점까지 갖춰 감정 체계와 유통 시스템을 보완하면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 조상들의 멋과 지혜가 담긴 고서화나 도자기를 잘 사면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자산 증식에도 도움이 되지만 잘못 투자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따라서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시장의 원리와 흐름을 잘 짚어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