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협이 19대 국회 입법평가보고서를 발간했다. 결론은 “입법 과정의 투명성이 약하고 국민 의견 수렴이 미흡하며 정부의 우회·청부 입법이나 포퓰리즘 입법 의혹이 제기되는 법안이 많았다”는 것이다. 지극히 옳은 지적이다. 국회의 과잉, 졸속 입법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보고서는 법률전문가들이 처음으로 국회의 입법활동에 대해 평가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특히 소위 ‘전두환 추징법’의 위헌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용기 있는 지적이다. 변협은 “국민 여론을 받아들여 케케묵은 정치적 과제를 해결한 입법이라는 평가지만 법적으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어 위헌 결정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공무원이 불법 취득한 재산의 추징대상을 제3자로까지 확대한 것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고 소급입법이어서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고 봤다. 대표적인 포퓰리즘 내지는 과잉입법으로 본 것이다. ‘단통법’의 절차적 정당성도 꼬집었다. 의견수렴 등 입법절차가 형식적 수준에 머물러 결과적으로 독과점 체제를 공고히 하고 이통사 수익만 증대되는 결과를 야기했다는 것이다. 본란에서 누누이 지적했듯이 졸속입법의 전형이었던 셈이다.

국회의 입법 타락은 정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다수결로 찍어내면 법이 된다고 생각하는 입법만능주의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의원 입법은 약 1만1000개로 18대 국회 전체 의원입법안 수와 비슷하다. 하지만 가결률은 10%를 약간 넘는 데 그쳐 역대 최저다. 청부입법, 심지어 뇌물입법까지도 의심받고 있다. 여기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식의 희망사항을 그대로 법제화하려는 치기 어린 시도조차 적지 않다. 입법권의 분명한 남용이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국회권력이 문제의 근원이지만 이렇다 할 견제장치도 없다. 대한변협과 같은 전문가집단의 평가와 감시가 더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언론이나 시민단체들도 두 눈 부릅뜨고 국회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게 무소불위 의회독재를 막아내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