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 대신 수혈…금융사, 외부인재 영입 늘린다
경쟁사 CEO 영입하고, 검증받은 전문가 데려와
경쟁사 출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외부 출신을 영입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외부 인재를 영입해서라도 약점을 보완하거나 미래 먹거리를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의지가 투영되고 있어서다.
◆“외부 전문가 영입해 약점 보완”
대형 금융그룹들은 대부분 은행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최근엔 은행업이 불황에 빠지자 비은행 부문 강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룹 내 비은행 부문 전문가가 부족했다. 짧은 기간에 전문가를 키우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외부 수혈이다.
DGB금융은 우리아비바생명을 인수해 지난달 DGB생명을 출범시키면서 오익환 전 한화생명 리스크관리 담당 전무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미국 보험계리사(FSA), 공인재무분석사(CFA) 등의 자격을 가진 보험 전문가다.
지난달 KB생명 사장으로 선임된 신용길 전 교보생명 사장도 비슷한 경우다. KB금융 측은 “그룹 내 생명보험 부문 전문가가 많지 않다”며 “외부 출신이지만 보험업에 대한 이해가 깊은 인사를 영입해 전문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일으켰던 국민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정보기술(IT) 전문가를 영입했다. 국민은행은 김기헌 전 삼성SDS금융사업부 전문위원을, SC은행은 김홍선 전 안랩 사장을 각각 지난해 12월과 7월 부행장으로 영입했다. 농협카드는 지난해 초 정보 유출 사태 이후 사업 정상화를 위해 신응환 전 삼성카드 부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미래 먹거리 선점위해 필수”
강화해야 할 사업을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영입한 사례도 적지 않다.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말 ‘자산운용 명가’를 새 비전으로 제시하고, 김희석 전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을 농협금융 최고투자책임자(CIO)로 모셔왔다. 그는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에서 해외투자실장, 대체투자실장 등을 거친 자산운용 전문가다. 농협금융이 지난 13일 NH-CA자산운용 사장으로 한동주 전 흥국자산운용 사장을 선임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신한은행은 은퇴 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1월 미래설계센터를 열고, 김진영 전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소장을 센터장으로 영입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4월 은퇴 브랜드인 ‘신한미래설계’를 선포하고 관련 상품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외부 수혈에 대해 금융권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내부 출신이 갈 자리는 줄어들긴 하지만 ‘순혈주의’를 고집하다가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외부 출신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수적인 금융사에서 외부 출신들이 적응해 동화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조직과의 융합이 성공을 가름할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부 출신들이 지금은 IT 자산운용 등 한정된 분야에서만 영입되고 있지만, 이들이 성공할 경우 영입 분야도 다양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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