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표결 참여 무게…정의장, 무조건 상정 방침
與 '표단속' 진력…단독처리시 국회 파행 불보듯

여야는 16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상정한다는 기존 방침을 공식적으로 재확인, 표결을 나흘 연기했던 이 후보자 인준안의 가부는 이날 중 어떤 식으로든 판가름이 나게 됐다.

정 의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사나이 일언중천금(남자는 약속한 한마디 말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이라며 "예정된 대로 오후 2시 정각이나 늦어도 2시30분까지는 본회의를 열어 표결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어떤 형태든 인준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비교적 큰 상황이다.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여권 입장에서는 지난해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 이후 '삼수(三修)'만에 후임 총리 선임에 가까스로 성공하게 된다.

새누리당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표 단속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해외 출장 중이던 의원들이 모두 귀국했고 출장이 예정됐던 의원들도 일정을 조정, 이 후보자 본인과 비리 혐의로 구속된 의원 2명을 제외한 소속 의원 155명이 전원 표결에 참석할 것이라는 게 원내 지도부의 설명이다.

본회의가 열리면 임명동의안 표결을 위한 의사 정족수(148명)는 무난히 넘길 전망이다.

문제는 이탈표의 발생 가능성이다.

만약 여당 내에서 반대표가 나와 부결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여권 전체에 미칠 타격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모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새누리당은 표 단속과 함께 이날 예정대로 인준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각오를 거듭 다졌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소속 의원들이 전원 참석해 임명동의안이 오늘 반드시 표결 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인준을 반대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일단 본회의 표결에 참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본회의 표결에 참여한다면 '반대 당론'은 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표가 '호남 총리론'으로 구설에 올랐던 만큼 충청권 총리 후보에 당론으로 반대표를 던지는 모습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야당 내 충청 지역 의원들은 이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됐을 때 불어닥칠 역풍을 어느 정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인준 반대'의 공감대 속에 자유투표 당론을 정해 부결을 노려보는 방안도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로 고려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이탈표가 최소 8표를 넘어가는 기류가 감지되면 택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이 방법 역시 위험 부담이 있다.

야당 내 이탈표가 나온 게 확인되면 문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타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본회의장에 아예 불출석하는 방안, 본회의는 참석하되 반대 의사를 밝히고 표결 전 퇴장하는 방안, 자리는 지키되 표결도 하지 않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특히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선명성을 드러내도록 깔끔하게 '보이콧'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만큼, 표결 당론 확정을 위해 이날 오후 1시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격론이 예상된다.

새정치연합은 일찌감치 여당의 단독 처리 가능성에 대비해 명분을 쌓았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뜻과 반대로 임명동의안을 강행 처리하면 이후 벌어질 정치적 책임은 집권 여당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새누리당의 단독 표결로 이 후보자가 총리직에 오르면 정국은 급격히 냉각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이미 국회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방침을 시사하고 나섰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이 그렇게(단독처리) 한다면 국회 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국회 일정이 스톱(중단)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반쪽 총리', '불통' 이미지를 부각하면서 원내를 벗어나 대여 강경 투쟁에 나서면 경제 활성화 법안과 공무원연금 개혁안 등 여권이 추진 중인 각종 개혁안의 입법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한편 강원도 모처에서 심신을 추스르고 전날 귀경한 이완구 후보자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대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강건택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