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만나자"에 손학규 "정계 떠났다" 거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대탕평’ 행보의 일환으로 2012년 대통령선거 경선 국면에서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손학규 전 대표를 만나려고 했으나 손 전 대표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문 대표는 14일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한 뒤 손 전 대표가 머물고 있는 전남 강진의 ‘흙집’을 찾아 오찬을 함께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때 수원병에 출마했다가 패배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 낙향한 손 전 대표는 처음에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이후 “정계를 은퇴한 마당에 자칫 정치에 다시 관여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만남이 성사됐다면 두 사람의 단독 회동은 당 대선 경선 후인 2012년 9월 이후 2년5개월여 만이다. 두 사람은 당시 ‘라이벌’로 경쟁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드러낸 바 있다. 문 대표 측은 이번 만남이 무산됐지만 ‘삼고초려’를 통해 적당한 때에 손 전 대표와의 만남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는 친노(친노무현)계를 배제한 탕평 인사를 단행하는 등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무총장에 임명한 양승조 의원도 손학규 전 대표 비서실장 출신으로, 손학규계로 분류된다.

문 대표는 이날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상임고문단 10여명과 오찬을 하고 “경선 과정에서 아름답지 못한 모습을 보여드려 걱정이 많으셨을 텐데 손뼉도 서로 마주쳐야 하듯 화합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원로들은 “일부 의원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거나 돌출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두고 정청래 최고위원이 ‘히틀러 발언’을 하고 이어 전병헌 최고위원까지 내부 비판을 한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이에 문 대표는 “중앙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했고, 윤리위원회를 윤리심판원으로 격상했다”며 “기강을 바로잡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