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계의 최대 화두인 '면세점 경쟁' 1차전이 마무리됐다. 11일 발표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경쟁에서는 기존 사업자인 롯데·호텔신라와 신규 사업자 신세계가 승기를 꽂았다. 면세점 경쟁 1차전의 결과가 나오면서 업계의 시선은 시내 면세점을 두고 벌이는 2차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1차전이 '지키려는 기존 사업자'와 '빼앗으려는 신규 사업자'간의 경쟁이었다면 2차전은 가족관계로 얽혀 있는 유통기업들의 각축전이 될 전망이다.

◆ '가족끼리 왜이래'…삼성·현대家 가족 경쟁
/왼쪽부터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왼쪽부터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출사표를 던진 인물은 현대가(家) 삼촌과 조카사이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외아들이다. 정지선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삼남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이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 1월 현대아이파크몰 10주년 기념 간담회에서 "시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개발사업에 주력해오던 정 회장은 2004년 10월 아이파크몰을 통해 유통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이번에는 면세점 시장에 진입해 유통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는 용산에 있는 이태원, 국립중앙박물관, 비즈니스 호텔단지 등 관광 자원을 연계해 '관광 허브형 면세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정 회장의 조카 정지선 회장이 "그룹 내 별도법인을 설립한 뒤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참여한다"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 회장은 3년 전부터 별도의 '신규 사업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면세점 사업을 준비해왔다. 최근에는 국내 대형 면세점에서 10년 넘게 마케팅 전략 및 영업을 총괄했던 임원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는 면세점 사업을 그룹 전략사업으로 정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을 시작으로 향후 공항 면세점과 해외 면세점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삼성가의 사촌지간도 경쟁자로 맞붙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삼성가 3세'인 정 부회장과 이 사장은 각각 1970년생, 1968년생이다. 2살 터울의 삼성가 사촌이 이번에 시내 면세점을 놓고 한판승을 치르게 된 셈이다.

정 부회장은 시내로 면세점 사업을 키우며 신 성장동력 만들기에 나설 방침이다. 불황으로 기존 백화점·마트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면세점은 그룹의 새로운 수익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한 후 2013년 김행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냈다. 이번에 인천공항 낙찰로 면세점 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게 됐다.

서울 시내 면세점 1곳을 운영하고 있는 이 사장도 면세점 확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호텔신라 면세점은 전체 매출을 끌어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 해 4분기의 경우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가 급증하면서 면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특히 시내 면세점 매출이 38.8% 뛰며 전체 매출 호조를 이끌었다.

◆ '황금알 낳는 거위' 잡아라

관세청은 지난 2일 서울지역에 3개, 제주에 1개의 시내 면세점을 추가 설치한다며 면세점 사업자 신청 공고를 냈다.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쟁탈전이 본격화되면서 삼성 및 현대가뿐 아니라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는 SK네트웍스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면세점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기업들이 시내 면세점 잡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최근 요우커가 급속도로 늘어나며 면세점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1년 5조3700억원이던 국내 면세점 매출 규모는 지난 해 8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시내면세점 매출은 4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시내 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보다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 높은 임대료로 수익을 내기 힘든 구조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세계 매출 1위 공항 면세점에 입점했다는 홍보 효과와 해외공항 면세점 진출을 위한 것이었다면 시내 면세점은 본격적인 수익 창출 문제가 걸린 것이다.

인천공항은 임대료가 3.3㎡에 1억3444만원으로 현재 입점 업체들이 내는 비용보다 15% 정도 높다. 또 사업 2년차부터는 전년도 임대료보다 최소 2% 이상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 수익을 내기 힘들지만 시내 면세점을 이보다 상황이 훨씬 낫다"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기 위한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