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기회비용' 문제 정답률 겨우 30%대…학교에서 잘못 가르쳐
한국경제신문 경제교육연구소가 경제이해력검증시험(TESAT)에 출제된 기회비용 문항에 대한 응답률을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기회비용을 암묵적 비용만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오해의 배경에는 경제학 교과서에 기회비용에 대한 설명이 잘못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신문경제교육연구소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논문을 경제교육학회지 최근호(12월호)에 게재했다.

기회비용을 암묵적 비용만으로 오해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할 때 선택한 대안에 직접 들어가는 명시적 비용과 포기한 대안의 가장 큰 순편익(암묵적 비용)의 합’으로 정의해야 한다. 장경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기회비용은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라며 “이번 논문은 기회비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제15회 테샛 9번 문항) 오늘 오후에 진수는 상영시간이 두 시간인 영화를 보는 데 6000원을 쓰거나, 어머니 심부름을 해서 시간당 3000원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시간당 7000원을 벌 수 있다. 진수는 고민 끝에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이때 진수의 기회비용은 얼마인가?

(1) 3000원 (2) 6000원 (3) 7000원 (4) 1만4000원 (5) 2만원

이 문항의 정답은 (5)번 2만원이다. 하지만 정답률은 38%로 암묵적 비용인 (4)번(45%)보다 낮았다.

초과이윤 개념 모른다.

(제9회 테샛 6번 문항) 매월 평균 6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는 철수는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사를 차리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여행사를 창업했을 경우 예상되는 월 매출은 1000만원 이상으로 기대된다. 월 비용은 매출에 관계없이 500만원으로 예상된다. 철수의 여행사 개설과 관련한 다음 설명 중 옳은 것은?

가. 철수가 여행사를 개설할 때의 기회비용은 월 600만원이다.
나. 최소 월 500만원의 이윤이 보장되므로 여행사를 차리는 게 현명하다.
다. 여행사 개설 여부를 판단할 때 계산해야 할 비용은 월 1100만원이다.
라. 만일 철수가 월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면 400만원은 초과이윤이라고 할 수 있다.

(1) 가, 나 (2) 가, 다 (3) 나, 다 (4) 나, 라 (5) 다, 라

이 문항의 정답은 (5)번이다. 하지만 정답률은 31%로 (2)번(59%)보다 낮았다. (5)번과 (2)번의 차이는 답안문항 ‘가’와 ‘라’에 대한 이해도 차이다. ‘가’는 암묵적 비용을 기회비용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틀린 답안이다. ‘라’는 기회비용 이상의 매출을 올려 이윤을 남긴다면 그 이윤은 초과이윤이라는 설명이다.

대안선택기준은 알고 있다.

(제14회 테샛 61번 문항) 여행사에서 매달 400만원의 월급을 받고 있던 김길동 씨가 직접 여행업을 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건물 임차 보증금 2억원을 들여 여행사를 설립했다. 여행사 운영에는 전화비, 전기료,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한 달에 평균 2000만원 들어간다. 시중 이자율은 월 1%다. 김씨가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업을 잘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월 매출이 평균 얼마 이상이어야 하는가?

(1) 2000만원 (2) 2200만원 (3) 2400만원 (4) 2600만원 (5) 2800만원

응시자의 75%가 정답 (4)번 2600만원 을 선택했다. 즉 기회비용을 모르더라도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의 합 이상 매출을 올려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다.

결국 수험생들은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을 합한 비용 이상의 편익을 얻을 수 있을 때 그 대안을 선택한다는 기준을 알고 있으나 △기회비용을 암묵적 비용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6종 중학교 사회교과서도 오류

[대학·취업문 여는 한경 TESAT] '기회비용' 문제 정답률 겨우 30%대…학교에서 잘못 가르쳐
중학교 사회 교과서 6종을 조사한 결과 6종 모두 기회비용을 ‘포기한 대안 중에서 가장 가치가 큰 대안의 가치’라고 정의하고 가장 큰 가치를 찾는 데 설명을 집중하고 있다. 또 대안별 지출액이 같은 비현실적 상황(동일한 예산 제약)을 가정해서 합리적 선택을 설명하고 있다.

이런 설명이 잘못됐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A라는 경제주체가 서로 다른 세 개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단, 예산 제약은 없다고 가정한다.

경제주체 A가 만약 제3안을 선택한다면 3안 선택으로 인한 순편익이 제1안 또는 제2안의 순편익보다 커야 한다. 즉 y3-x3>max{y1-x1, y2-x2}이다. 이는 y3>x3+max{y1-x1, y2-x2}으로 돼 우변 x3은 명시적 비용, max{y1-x1, y2-x2}는 암묵적 비용이다. 많은 교재들이 기회비용의 정의로 설명하고 있는 ‘포기한 대안의 가장 큰 가치’는 max{y1-x1, y2-x2}이다.

여기서 지출(명시적 비용)이 같은 상황을 가정하면 학생들은 ‘가치’를 ‘순편익’이 아닌 ‘총편익’으로 잘못 알게 되고 ‘기회비용=암묵적 비용’이라고 더욱 확신하게 된다. 3안을 선택하기 위한 조건 y3-x3>max{y1-x1, y2-x2}에서 x1, x2, x3이 같으면 y3>max{y1, y2}가 되어 y3 선택의 기회비용은 ‘y1과 y2 중 큰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동일한 예산 제약 상황이라면 명시적 비용 (x1, x2, x3)을 살려서 설명해야 보편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회비용의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 합리적 선택을 가르칠 때도 가급적 명시적 비용이 포함된 일반적인 상황을 가정해서 설명해야 기회비용 개념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손정희 연구원 jhs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