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첫 흑자에도…고민 많은 동부하이텍
동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나온 동부하이텍이 17년 만에 영업이익을 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5677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다고 10일 공시했다. 1997년 창사 후 16년 동안 적자를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 영업 흑자를 낸 것이다. 이자비용이 많아 당기손익에선 782억원 적자였다.

동부하이텍 측은 중국 스마트폰과 대만 정보기술(IT) 기기에 들어가는 전력 반도체와 이미지 센서 판매가 늘어난 게 실적 개선의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창식 사장(사진)이 2012년 3월 취임 이후 비용 절감에 나선 영향도 크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동부하이텍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17년 만의 첫 흑자에도…고민 많은 동부하이텍
회사 관계자는 “산업은행과의 약정에 따라 회사를 매각해야 할 처지여서 임직원들이 영업흑자 전환을 바라보는 심경이 복잡하다”고 말했다.

김준기 회장의 오랜 반도체 투자가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지만, 이를 보는 동부그룹은 착잡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은 2009년엔 사재 3000억원을 쏟아붓는 등 반도체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부그룹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동부는 2013년 11월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인천공장 매각 등을 핵심으로 한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다.

매각 작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작년 말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IA컨소시엄이 인수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우선협상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매각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사업은 제때 투자를 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지금은 누가 주인이 될지 몰라 누구도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