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건설공사의 설계 VE(Value Engineering·경제성 검토 시스템)가 예산 절감과 시설 품질 향상에 성과를 거두면서 이를 벤치마킹하려는 지자체들이 줄을 잇고 있다.

VE는 가치공학으로 품질을 향상시켜 비용을 낮추는 방법이다. 즉 전문가로 구성된 분과위원회에서 설계단계부터 시설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품질과 성능, 비용을 검토해 공사의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을 절감하는 시스템이다.

이준원 인천시 건설VE경제팀장은 “재정건전성과 효율적인 공사 발주를 위해 2008년부터 설계 VE를 도입했다”며 “기술사와 교수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전문위원 풀을 두고 공사별로 8~15명의 위원이 몇 차례씩 시공의 효율성과 유지 관리, 비용 절감, 향후 관리체계까지 토론을 거쳐 최적 제안서를 설계에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는 30억원 이상의 공사에 대해 이 같은 시스템을 적용해 지금까지 105건의 건설사업에서 약 5000억원의 예산 절감효과를 거뒀다.

실례로 최근 착공한 청라국제도시 로봇랜드의 당초 건축 비용은 1200억여원이었지만 설계 VE를 도입한 결과 120억원의 예산이 절감됐다는 것. 로봇랜드의 기반시설공사 시기와 공정을 바꾸고 공사 관례인 지하 토목공사 가설물(흙과 이물질 등 유입방지시설)을 없애 공사비의 10%를 절감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는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민간,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전국VE경진대회에서 설계 VE를 행정에 접목시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아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13, 2014년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이 팀장은 안전행정부가 주관하는 ‘지방행정의 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인천시의 이 같은 성과가 알려지자 대전시가 설계 VE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경기도청과 수원시청이 벤치마킹했다. 올 들어 서울시와 충남도청에서 계약총괄담당자 등 관계자들이 업무 전수를 위해 인천시를 다녀갔다. 요즘에는 세종시 등 다른 시·도에서도 문의를 해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천시가 처음 도입한 하도급 개선관리대책도 충청남도 등 타 시·도가 벤치마킹하고 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