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100년 내 절대 빈곤층 사라져…기후 변화는 최대 위험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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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경제학자들이 예측한 인류의 미래
새로운 부의 시대
로버트 J. 실러 외 지음 / 이경남 옮김 / 알키 / 328쪽 / 1만5000원
새로운 부의 시대
로버트 J. 실러 외 지음 / 이경남 옮김 / 알키 / 328쪽 / 1만5000원
이그나시오 팔라시오스 후에르타 런던정치경제대 경영학과 교수는 1930년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100년 후 세계를 예측한 에세이 ‘우리 손주 시대의 경제적 가능성’을 읽고 100년 뒤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혼자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다 마음을 바꿔 평소 존경하는 학자들을 선정해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 통찰력 있고, 재미있게 글을 쓰는 배경과 전문 분야가 다른 학자 10명을 선정했다.
《새로운 부의 시대》는 케인스가 시도한 예측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J 실러 예일대 교수, 앨빈 로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로버트 솔로 MIT 명예교수, 위대한 탈출을 지은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쓴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0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전공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100년간 펼쳐질 인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풀어놓는다.
사회과학의 지난 예측 실적을 따져보면, 100년 뒤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우리의 능력은 그다지 미덥지 않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다 보면 앞에 놓인 도전 과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현재의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자들의 예측은 낙관주의부터 신중한 비관주의까지 걸쳐 있지만 ‘기술 혁신에 따른 생활 수준 및 건강, 수명의 향상’에 대해선 대부분 희망적이다.
로스 교수는 “아마도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오늘날 선진국 중산층만큼의 물질적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도 “세상은 전반적으로 지금처럼 능력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속 나아갈테지만, 가장 가난한 하위 10%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인스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로운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혁신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정보통신 기술은 아이디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혁신을 쉽게 이룰 수 있게 한다. 부족한 천연자원에 대한 해결책도 기술 혁신이 제공한다. 연비가 좋은 자동차같이 효율적인 에너지 장비나 희토류에 의존하지 않는 전자공학처럼 자원이 전혀 필요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세 가지는 수면(하루 평균 8.7시간), 노동(3.2시간), TV 시청(2.8시간)이다. 케인스 이후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미국인들이 일하는 시간만큼을 TV를 보는 데 쓴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음 100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에서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일은 어떻게 진화할까. 하루나 1년 단위로 일하는 개념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일하는 장소가 융통성 있게 바뀌어가듯 근무 시간도 훨씬 유연해질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이미 이런 가능성이 커졌고, 엄격한 스케줄에 묶이지 않고 편의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컴퓨터와 전산학이 계속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은 한계로 여겼던 장벽을 넘어 자기주도적으로 운영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컴퓨터는 인간이 직접 감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동될 뿐 아니라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 계획을 스스로 작성할 것이다.
퇴보가 이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제조업 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다. 2011년 이미 막대걸레와 빗자루를 생산하는 일은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자잘한 플라스틱 상품을 더 이상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역전 현상은 교육 수준이 낮고 기술이 없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학자들은 예측한다.
10명의 경제학자가 공통적으로 그 중요성을 언급한 주제는 ‘기후 변화’다. 이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얼마든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학자들에게 기후 변화는 인류 미래의 마지막 결정타이고, 낙관론자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경고장이다.
한 가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항생제, 집적회로 등 1915년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후 100년 동안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은 것들이 있었듯이, 앞으로 100년 안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져 우리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주리라는 사실이다.
케인스는 경제학의 미래에 관해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자들이 치과의사만큼이나 겸손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일일 것이다!” 케인스의 문장에서 ‘치과의사’를 ‘엔지니어’로 대체한다면 다음 100년에 어울리는 더없이 멋진 목표가 되지 않을까. 세상을 변화시키고 혁신을 만드는 큰 주체가 엔지니어들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
《새로운 부의 시대》는 케인스가 시도한 예측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J 실러 예일대 교수, 앨빈 로스 하버드대 명예교수, 로버트 솔로 MIT 명예교수, 위대한 탈출을 지은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쓴 대런 애스모글루 MIT 교수 등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10인이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 전공 분야를 중심으로 향후 100년간 펼쳐질 인류 미래에 대한 예측을 풀어놓는다.
사회과학의 지난 예측 실적을 따져보면, 100년 뒤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우리의 능력은 그다지 미덥지 않다. 하지만 미래를 예측하다 보면 앞에 놓인 도전 과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현재의 트렌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저자들의 예측은 낙관주의부터 신중한 비관주의까지 걸쳐 있지만 ‘기술 혁신에 따른 생활 수준 및 건강, 수명의 향상’에 대해선 대부분 희망적이다.
로스 교수는 “아마도 개발도상국의 가난한 사람들은 오늘날 선진국 중산층만큼의 물질적 번영을 누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도 “세상은 전반적으로 지금처럼 능력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속 나아갈테지만, 가장 가난한 하위 10%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크게 향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인스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흥미로운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혁신의 힘을 과소평가했다. 정보통신 기술은 아이디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혁신을 쉽게 이룰 수 있게 한다. 부족한 천연자원에 대한 해결책도 기술 혁신이 제공한다. 연비가 좋은 자동차같이 효율적인 에너지 장비나 희토류에 의존하지 않는 전자공학처럼 자원이 전혀 필요 없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세 가지는 수면(하루 평균 8.7시간), 노동(3.2시간), TV 시청(2.8시간)이다. 케인스 이후로 가장 많이 달라진 것은 미국인들이 일하는 시간만큼을 TV를 보는 데 쓴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다음 100년 동안 사람들의 생활에서 가장 급진적인 변화는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어나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다.
일은 어떻게 진화할까. 하루나 1년 단위로 일하는 개념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일하는 장소가 융통성 있게 바뀌어가듯 근무 시간도 훨씬 유연해질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이미 이런 가능성이 커졌고, 엄격한 스케줄에 묶이지 않고 편의에 따라 일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컴퓨터와 전산학이 계속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은 한계로 여겼던 장벽을 넘어 자기주도적으로 운영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컴퓨터는 인간이 직접 감독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동될 뿐 아니라 중간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행동 계획을 스스로 작성할 것이다.
퇴보가 이득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미국은 제조업 대국으로서의 지위를 되찾을 것이다. 2011년 이미 막대걸레와 빗자루를 생산하는 일은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인들은 이런 자잘한 플라스틱 상품을 더 이상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역전 현상은 교육 수준이 낮고 기술이 없는 미국 근로자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학자들은 예측한다.
10명의 경제학자가 공통적으로 그 중요성을 언급한 주제는 ‘기후 변화’다. 이들은 기후 변화가 인류에게 얼마든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학자들에게 기후 변화는 인류 미래의 마지막 결정타이고, 낙관론자에게도 무시할 수 없는 경고장이다.
한 가지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있다. 항생제, 집적회로 등 1915년에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지만 이후 100년 동안 우리의 삶을 크게 바꿔놓은 것들이 있었듯이, 앞으로 100년 안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획기적인 발전이 이뤄져 우리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주리라는 사실이다.
케인스는 경제학의 미래에 관해 쓰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제학자들이 치과의사만큼이나 겸손하고 유능한 사람으로 여겨지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일일 것이다!” 케인스의 문장에서 ‘치과의사’를 ‘엔지니어’로 대체한다면 다음 100년에 어울리는 더없이 멋진 목표가 되지 않을까. 세상을 변화시키고 혁신을 만드는 큰 주체가 엔지니어들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