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5년간 독립경영 보장한 2·17 합의 유효"…하나·외환銀 통합 '표류' 불가피
법원이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합병 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무엇보다 ‘2·17 합의’의 효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합의에 대해 금융위원회 중재 아래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외환은행 노조가 충분한 논의 끝에 작성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기 합병 없이는 외환은행의 생존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하나금융의 주장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예상밖 결정에 하나금융 ‘패닉’

가처분의 시효는 6월30일까지다. 법원은 이번 가처분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 합병 자체가 불합리한 경영판단이라거나 두 은행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합의서의 구속력을 넘어설 정도로 현저한 금융환경 변화(사정변경)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향후 급격한 국내외 경제 및 금융 여건의 변화 등이 있을 경우 변화상을 반영해 다시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지난달 19일 금융위에 신청했던 합병 예비인가를 철회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당장 예비인가 승인을 내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신청 접수의 의미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법원 결정에 대한 이의 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하나금융 측은 “금융산업은 선제적 위기대응이 없다면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 같은 특수성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두 은행의 통합이 ‘팔부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고 있던 하나금융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하나금융은 최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오는 11일 열리는 금융위 전체회의에서 두 은행 통합 예비인가를 승인할 뜻을 밝히면서 노조와의 대화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당분간 ‘조직 동요’ 이어질 듯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3일 통합 논의를 공식화할 때까지만 해도 ‘연내 통합’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노조의 거센 반발로 해가 넘어간 데 이어 이제 통합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통합을 앞두고 ‘임시 진용’을 짜고 있는 하나은행은 조직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현재 은행장 없이 김병호 부행장이 행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최근 임원인사에서는 통합을 고려해 승진을 최소화하고 임시로 직책을 맡긴 경우가 많아 조직이 어수선한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임원들이 뚜렷한 자기 분야 없이 이것저것 겸직하고 있어 다소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외환은행과의 합병이 당분간 어려워짐에 따라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장을 정식 선임하는 등 조직 추스르기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