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코스트코와 가맹점 계약 연장 협상에 들어간 삼성카드가 딜레마에 빠졌다. 2012년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전면 개편된 이후 가격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지난달부터 삼성카드와 가맹점 계약 연장 우선협상에 들어갔다. 두 회사는 2000년부터 세 차례 계약을 연장하며 15년동안 독점 계약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가맹점 계약 종료 시점은 오는 5월이다.

코스트코에서 삼성카드로 결제하는 금액은 연간 2조원이 넘는다. 코스트코는 ‘1국가 1카드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 부담을 줄여 물품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다.

삼성카드의 고민은 2012년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전면 개편되면서 시작됐다. 개정된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은 대형가맹점 수수료율을 적격비용 이하로 받을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카드는 0.7%이던 수수료율을 1% 후반대로 올리는 대신 그 차액을 위약금으로 코스트코에 지급했다.

하지만 이번 신규 계약에서는 삼성카드가 마진을 주거나 적정 수수료율 이하로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의 수수료 적격비용 지침 및 대형가맹점 부당지원 금지 정책에 위반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감지한 주요 카드사들은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코스트코 독점 계약에 따라 증가하는 취급액은 4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카드사들은 출혈경쟁을 마다하지 않고 코스트코 붙잡기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