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최고급 식당에 低價요리 등장…줄서던 名品매장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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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시진핑의 부패척결 2년…중국 소비지형이 바뀐다
고급 요리 주재료 대게값, 지난해 40% 폭락
호텔들 "호화 이미지 벗자" 자진해서 등급 내려
춘제 특수 실종…공무원들은 기업으로 '탈출'
시진핑의 부패척결 2년…중국 소비지형이 바뀐다
고급 요리 주재료 대게값, 지난해 40% 폭락
호텔들 "호화 이미지 벗자" 자진해서 등급 내려
춘제 특수 실종…공무원들은 기업으로 '탈출'


2013년 초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부패척결 개혁이 2년째 지속되면서 중국의 소비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정부 관료와 공산당 간부 등이 핵심인 ‘상위 1%’ 부유층 덕분에 호황을 누리던 명품 브랜드, 호텔, 고급 레스토랑 등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베이징 대표 명품 거리 주말에도 한산

중국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전 세계 명품 브랜드의 ‘성장 엔진’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사치주의를 관료주의 형식주의 향락주의 등과 더불어 ‘4대 악풍’으로 규정하고, 공무원들의 근검절약 등을 담은 ‘8호 규정’을 공표하면서 명품 소비가 급속하게 위축되기 시작했다. 글로벌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명품 소비액은 1150억위안(약 2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 줄었다. 중국 내 명품 소비가 줄어든 것은 2007년 이후 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도 매출 급감
부패 척결 개혁의 여파는 명품 브랜드뿐 아니라 호텔, 고급 레스토랑, 바이주(白酒)업체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양구 조양공원 내에 있는 젠이궁관(健一公館)은 베이징 내에서 최고급 중식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저녁 코스 메뉴는 최소 2000위안(약 35만원)을 줘야 한다. 하지만 작년 연말부터 젠이궁관 메뉴판에 1인당 300위안(약 5만원)짜리 저녁 코스 메뉴가 등장했다. 이곳에서 수년째 공무원을 접대해 왔다는 한 한국 중소기업 사장은 “단골 공무원의 발길이 뜸해지자 중저가 메뉴로 중산층을 신규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급 레스토랑의 불황은 농수산물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고급 요리의 주 재료로 쓰이는 다자셰(大閘蟹·대게)는 수요가 줄어든 탓에 작년 한 해 동안 가격이 40% 하락했다. 중국어업협회 관계자는 “다자셰 가격은 과거 10년 연속 상승했는데 최근에는 공무원들의 소비가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고급 호텔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중국관광호텔협회 집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50여개의 호텔이 등급평가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호화 호텔’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자진해서 호텔 등급을 내렸다. 중소도시 닝보시의 츠시랜디슨플라자호텔은 지난달 중국 내 5성급 호텔 중 처음으로 파산했다. 한 외국계 기업 임원은 “호텔에서 친한 친구들과 밥을 먹다가도 익명의 제보 때문에 부패분자로 몰려 곤욕을 치른 공무원들의 얘기가 알려지면서 요즘 공무원은 고급 호텔 근처에 가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기업으로 탈출하는 공무원도 속출

일부 공무원은 아예 기업으로 ‘탈출’하고 있다. 황이 은행감독관리위원회 법무주임은 작년 하반기 건설은행 부행장으로 이직했고, 천성 은감위 혁신팀 주임은 중국 최대 로펌 킹앤드우드맬러슨스로 옮겨갔다. 베이징의 한 금융계 인사는 “반부패 개혁이 지속되면서 중국에서도 공무원들이 호강하던 시절은 끝났다는 정서가 공무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시 주석의 부패 척결 개혁으로 “중국에서도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그러나 “부패 척결 개혁이 법치주의 확립과 맞물려 진행되면서 상당수 중국 공무원들이 법 규정이 조금만 모호해도 아예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하는 ‘복지부동’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베이징=김동윤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