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멘토링센터에서  처멘토링센터에서 멘토와 멘티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벤처멘토링센터에서 처멘토링센터에서 멘토와 멘티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벤처 붐이 한창이던 1998년 씨컴인터내셔널이 세워졌다. 전화로 음악을 들으며 노래 부르는 통신 가라오케와 전화 상대방과 음악을 같이 듣는 뮤직콜 등을 개발했다. SK텔레콤과 필리핀 최대 통신사인 PLDT 등에 서비스를 공급했다. 2007년까지 세계 30여개국에서 특허를 받았다. 하지만 사업은 잘되지 않았다. 이용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한 탓이다.

벤처1세대멘토링센터에서 멘토로 일하며 후배 창업가를 돕고 있는 이진호 샤피니언 대표의 첫 창업이었다. 그는 “기술을 너무 자신한 나머지 고객 마케팅을 소홀히 했다”고 패착을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 지원으로 2013년 설립된 벤처1세대멘토링센터에는 실패 경험이 있는 벤처 1세대 25명이 멘토로 포진해 있다. 실패를 자산으로 인정하는 실리콘밸리처럼 ‘성실한 실패’에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를 젊은 스타트업 창업가들에게 전수해주기 위해서다. 최병희 벤처1세대멘토링센터장은 “1990년대부터 창업 경험을 쌓은 40~50대 벤처 1세대들이 서울에 20명, 대구에 5명 상주해 후배 벤처들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실한 실패’에서 얻은 노하우 전수

벤처 1세대 멘토들의 경력은 화려하다. 이정태 멘토는 국내 최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싸이월드 창업멤버였다. 이재만 멘토는 LED(발광다이오드) 부품업체 씨모텍을 세워 매출 1000억원대의 코스닥 상장사로 일군 경험이 있다. 권영준 멘토는 모바일 게임회사 모비클을 운영했었다.

이들은 저마다 파란만장한 사연을 갖고 있다. 2006년 플라스틱광섬유(POF) 제조업체 시현코리아를 세워 재기한 이소영 멘토는 2000년부터 3년 동안 모든 것을 쏟아부어 창업했던 회사의 경영권을 억울하게 빼앗겼다.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해서 유치한 외부 투자가가 마음을 바꾸면서 대표이사에서 쫓겨났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박사 출신인 그는 “기술개발에만 매진하다 보니 경영권 방어를 생각하지 못했다”며 “후배 창업자들에겐 무턱대고 투자받지 말고 항상 경영권을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지 생각해보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멘토들도 재창업 열기

이 센터에서 선배 벤처창업가로부터 6개월간 1 대 1 집중 멘토링을 받은 스타트업은 44개사다. 온라인 컨설팅을 받은 회사도 1632개사에 달한다. 선배들의 멘토링을 받은 스타트업 가운데 회사를 비싼 값에 매각한 인수합병(M&A)이 3건(58억5000만원), 투자 유치가 41건(76억1000만원)이다. 사업계약은 52건, 특허 출원·등록은 103건, 법인 설립은 72건에 이른다.

3D프린터 제조벤처 포머스팜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대구 초등학교에 시범사업으로 3D프린터를 공급한 데 이어 지난 14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인 신년인사회’에선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발표까지 했다. 윤정록 포머스팜 공동대표는 “10년 넘게 벤처를 운영해본 선배 멘토가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해줘 든든하다”고 말했다.

K팝 등 외국인 한류 팬을 위한 커뮤니티 사이트로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코리아비트를 만든 굿타임위드미는 지난해 선배 멘토의 도움으로 다양한 수익 사업을 벌여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조준성 굿타임위드미 대표는 “멘토가 옛날 음악 제작 쪽으로 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있어 전문가들을 소개해주는 등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벤처 1세대 멘토들도 후배들로부터 얻는 게 많다고 말한다. 이진호 멘토는 “보람도 보람이지만 젊은 후배들로부터 무모할 정도로 열정적인 도전 정신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수많은 예비 창업가를 만나면서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대해 배우는 것도 많다는 설명이다. 최 센터장은 “다시 창업하고 싶다는 멘토들이 많다”며 “한 명은 벌써 멘토링해주던 후배와 같이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