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테크’ 족이 늘고 있다. 이에 은행들도 바쁘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최근 프라이빗뱅킹(PB) 영업점에서만 하던 골드바 판매를 전체 영업점으로 확대한 데 이어 그동안 골드바를 판매하지 않았던 기업은행도 조만간 판매를 시작한다. 금 가격이 낮아질 대로 낮아졌다는 판단과 세계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금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바 쌀 때 사두자"…金테크族 확 늘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등에 골드바를 공급하는 한국금거래소의 골드바 판매량은 2013년 704㎏에서 지난해 1383㎏으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직접 금을 주고받지 않고 계좌에 금을 적립하는 은행 골드뱅킹 수요도 커졌다. 신한 국민 우리 등 3개 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해 8월 말 1만1296㎏에서 12월 말 1만1625㎏으로 4개월 만에 329㎏ 늘었다. 약 140억원어치다. 골드뱅킹은 은행 계좌에 돈을 넣으면 국제 금 시세와 원·달러 환율을 고려해 이에 상당하는 금의 무게를 계산한 뒤 이를 통장에 기재하는 방식이다.

은행 골드뱅킹과 비슷하게 증권 계좌에 금을 적립할 수 있는 KRX 금시장에서의 금 거래도 급증했다. 작년 8월 90㎏ 수준이었던 금시장의 금 거래량은 12월 203㎏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국제 금 가격이 사실상 채굴 비용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쌀 때 사두자’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200달러 안팎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다시 금 가격 상승에 베팅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유럽 유동성 확대에 따른 것이다.

작년 11월 개정 금융실명거래법 시행으로 차명거래가 전면 금지된 데 따른 영향도 있다. 차명계좌에서 돈을 빼낸 자산가들이 그 돈으로 골드바를 구입하면서 금 수요가 늘었다는 얘기다. 저금리에 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금융자산 일부를 안전 자산인 금에 묻어두려는 심리도 커졌다.

금을 안전 자산으로만 여기고 단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 투자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국제 금 시세 변동성이 큰 데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에도 함께 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도한 투자 대신 적립식 분할 매수가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투자 방법에 따른 비용도 감안해야 한다. 은행에서 골드바를 살 때는 10%의 부가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 중량에 따라 은행이 4~7% 안팎의 마진도 붙인다. 은행 골드뱅킹의 경우 매매 차익에 따라 15.4%가 원천징수된다. 1%가량의 거래 수수료도 붙는다.

KRX 금시장에서는 부가세와 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거래 수수료도 0.2~0.4%로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금 기준가격이 골드뱅킹이나 골드바보다 다소 높게 형성돼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