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와 유명 1990년대 감성주점 체인업체 ‘밤과 음악사이’(밤사)가 상표권을 두고 맞붙었다. ‘토토가’는 최근 전국적으로 90년대 음악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밤사’는 수년 전부터 90년대 음악을 전파해온 업계 터줏대감이다. 양측은 서로 법적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90년대 문화 열풍 주도권을 둘러싼 법정 싸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엔터테인먼트 업계 등에 따르면 김진호 밤과 음악사이 대표는 무한도전의 토토가 예고편이 방영 중이던 지난 10월 특허청에 토토가에 대한 상표(주점, 음반 분야)를 출원했다. 토토가는 엄정화 김건모 SES 김현정 터보 등 90년대 인기 가수들을 초대해 콘서트 형식으로 방영한 프로그램으로, 방송이 나간 뒤 90년대 음원이 인기차트에 잇따라 오르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00년대 중반 문을 연 밤사는 90년대 음악을 트는 감성 주점으로 큰 인기를 끌며 전국적으로 수십개 지점을 둔 중견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토토가와 비슷한 포맷으로 90년대 뮤지션 10여팀을 초대한 콘서트 ‘밤사파티’를 열기도 했다.

밤사 측이 토토가 상표권을 출원한 것에 대해 김 대표는 “90년대 음악 관련 사업은 우리가 먼저 10년 넘게 해온 분야고 토토가라는 이름으로 장사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공중파의 위용을 업고 같은 분야에서 사업을 한다면 피해가 우려돼 사전 방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토토가 공연은 계속 가능하도록 공연 분야에 대해서는 상표 출원을 하지 않았다”며 “공영 방송이 굳이 주점이나 음반을 염두에 두고 사업적인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무한도전 측은 아직까지 밤사 측에 대한 공식 대응을 하지 않고 있지만 상업적 상표 사용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엄정화 씨의 백댄서 출신인 김영완 씨는 서울 강남에 ‘토요일 토요일은 가요다’(토토가요)라는 상호의 90년대 음악 클럽을 냈다가 MBC 측의 강력한 항의로 이름을 바꿨다.

특허청은 제2의 ‘토토가 사태’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상표심사기준을 전면 개정해 유명 방송 명칭을 방송과 무관한 개인이 상표로 출원해 등록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라를 비롯한 대부분 국가가 먼저 상표를 출원한 사람에게 등록할 권한을 주는 ‘선출원주의’를 택하고 있다. 밤사 측은 “재산권은 선출원해 등록해 사용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를 뒤엎고 상표 등록을 거부할 경우 정식으로 행정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