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을 당분간 유임시키기로 23일 결정했다. 이날 청와대와 내각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김 실장을 인사 명단에서 제외했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김 실장 잔류 배경에 대해 “지금 청와대 조직 개편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며 “조금 더 할 일이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청와대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 개각이 마무리되면 김 실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쇄신안 발표는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1차 처방이고, 김 실장 퇴진을 포함한 2차 쇄신이 이어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 실장의 거취는) 당면 현안이 많아 그 문제들을 먼저 수습하고 나서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김 실장 교체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실장만큼 업무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김 실장만큼 박 대통령의 신임을 받으면서 직원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인사는 흔치 않다”며 “후임으로 거론되는 정치권 인사나 원로들은 대부분 비서실장에 걸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총리를 전격적으로 교체한 것이 당분간 김 실장을 유임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 실장을 교체하지 않은 채 총리까지 유임시키면 여론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총리 교체 카드를 썼다는 설명이다.

핵심 비서관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은 업무가 일부 조정됐다. 이 비서관은 총무비서관 자리를 유지하면서 청와대 인사위원회에는 배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비서관을 정부 고위직 인선 과정에서 제외해 권한을 일부 축소시킨 것이다. 총무비서관이 인사위원회에 참석해 권한이 지나치게 막강하다는 정치권의 의견을 수용한 결과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안 비서관은 홍보수석 산하 국정홍보비서관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안 비서관이 맡았던 제2부속비서관실은 폐지된다.

국정홍보비서관은 정부 부처와 소통하며 각종 정책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연말정산 논란 등을 거치면서 정부 부처의 정책을 정무적으로 판단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안 비서관이 그 역할을 맡기로 결정됐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 비서관은 현재 업무를 계속하면서 없어지는 제2부속비서관의 업무도 일부 담당할 전망이다. 직책명도 ‘부속비서관’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3인방 가운데 유일하게 업무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청와대 비서관을 일부 교체하고 비서관실을 개편하는 작업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계속 자리를 지켰던 최상화 춘추관장은 이날 사표가 수리됐다. 후임에는 전광삼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석이던 인사혁신비서관에는 김승호 인사혁신처 차장이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