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봉 사법연수원장 교통사고로 별세
“개인 삶에 있어서나 법관으로서, 교수로 일하는 데 있어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분이었어요. 어떤 판사가 돼야 할지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바람직한 법관상을 심어주셨죠.”(심경 울산지방법원 부장판사)

박삼봉 사법연수원장(58·사법연수원 11기)이 22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끝내 숨을 거뒀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35분께 박 원장은 강남구 수서동 수서역 인근에서 이모씨의 테라칸 승용차에 치였다. 중상을 입은 박 원장은 의식을 잃은 채 삼성의료원으로 옮겨져 응급수술을 받았으나 낮 12시33분께 뇌부종으로 인한 뇌탈출 등으로 별세했다. 법조계에서는 박 원장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추모하고 있다.

박 원장과 같은 재판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한 법원장은 “조용한 성격에 착하고 선비 같았던 분”이라며 “연수원 동기 중에서 선두주자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박 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조병현 서울고등법원장도 “최근 연수원 수료식에서 같이 얘기를 나눈 지 사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정말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낸 나로서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떨 땐 너무 냉정하다고 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엄하고 절도를 지키는 전형적인 법관이어서 동료로서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사법연수원 관계자는 “부고 소식이 너무나 급작스럽고 놀라워서 슬프고 안타깝다는 말밖에는 하기 어렵다”고 탄식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태어난 그는 197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무관을 거친 뒤 1984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법원에 발을 들였다. 이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서울북부지법원장, 특허법원장, 대전고법원장 등을 거치며 30여년 동안 법관 외길을 걸어왔다. 지난 19일 44기 사법연수생 수료식에서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이상을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실현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스스로에게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행동하는 것이 이 시대 법조인의 소명임을 늘 가슴 깊이 기억해달라”고 후배 법조인들에게 당부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2호실(02-3410-6912)에 마련됐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2남1녀가 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