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2세들의 모임인 ‘IBK미래경영자클럽’ 회원들이 2013년 7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2세들의 모임인 ‘IBK미래경영자클럽’ 회원들이 2013년 7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업은행 제공
기업을 물려받은 2세 최고경영자(CEO)가 살아가는 모습은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오너 2세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 후 상당수가 창업주인 아버지가 세운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다. 이들이 느끼는 부담은 크다.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이 있어서다.

때로는 ‘실력도 없으면서 아버지만 믿고 설친다’는 말도 듣는다. 정작 아버지로부터 후계자로 실력을 인정받기가 녹록지 않은데도 말이다.

이런 비슷한 고민을 하는 중소기업 CEO 2세들이 가업을 이어 성공적인 기업인이 되기 위해 교류하는 모임이 있다. ‘IBK미래경영자클럽’이다. 성별도, 나이도, 출신도, 업종도 다르지만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중소기업의 CEO 2세라는 점은 같다.

이 클럽은 2000년대 초 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인천지역 중소기업 CEO 2세들의 소모임에서 시작됐다. 이후 기업은행이 2005년 전국의 거래 중소기업 CEO 2세 150여명을 모아 클럽을 처음 출범시켰다.

회원들은 전국적으로 1년에 네 차례, 지역별로는 수시로 만나 고민을 나눈다. 아버지를 이어 부산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진일정밀기계의 권강오 사장(50)은 “2세들은 늘 ‘아버지 잘 만나서 좋겠다’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가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라며 “비슷한 상황의 2세들이 모이니 일종의 동병상련이 생겨 끈끈해졌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다음달부터 클럽 회장을 맡는다.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2세들이 서로의 경영 정보를 교류할 수 있다는 게 이 모임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비슷한 업종끼리는 공동 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받기도 한다. 회원 중 한 명이 2012년 충남 당진에 건축자재 공장을 지으려 하자 전국의 회원들이 발 벗고 나서 공장 설립에 필요한 토목, 전기, 철강 관련 기자재를 싼값에 공급해주기도 했다.

매년 한 차례씩 해외 산업시찰도 다녀온다. 2013년엔 중국 시안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견학했다. 현지 투자설명회 등을 통해 기회를 찾기도 했다. 정기 모임 땐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거나 세미나를 연다. 경영, 법률, 회계, 인문학 등 분야는 다양하다. 회원끼리 자주 만나다보니 결혼한 커플까지 나왔다.

20대 후반의 대리, 30대 초반의 과장이었던 클럽 초기 회원들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어엿한 CEO가 된 경우가 많다. 현재 회원은 모두 560여명으로 10년 만에 4배가량 늘었다. 회원 가운데 절반은 CEO, 나머지는 임직원으로 일하고 있다.

가업을 이어 반월공단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태진정공의 이윤희 사장(48)도 클럽에서 얻은 정보와 경험을 밑천 삼아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이 사장은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는 2세들을 알게 되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특히 아버지로부터 배울 수 없는 실무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