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의결정족수 기준을 완화하는 법안이 발의됨에 따라 주총 의결권을 둘러싼 논란도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주총 미참석 주주는 빼고, 참석 주주 의견만으로 주총안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오너 마음대로 주총을 주무를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 등은 다음달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심사위원회 산하 법안심사소위에 해당 법안을 상정, 논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법무부도 주총 의결정족수 요건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섀도보팅 근본 해결책”
노 의원 등이 의결정족수 기준 완화 법안을 내놓은 것은 섀도보팅제도 폐지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주총 미참석 주주도 참석 주주의 찬반 결과에 비례해 표결한 것으로 간주하는 섀도보팅제는 2017년 말 폐지될 예정이다. 그대로 두면 3년 뒤 상당수 상장사가 주총 안건 통과에 필요한 의결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주총 대란’이 벌어질 게 뻔한 만큼 근본적인 해법 마련에 나섰다는 것이다.
현행 상법에서 규정한 주총 보통결의 기준은 ‘출석 주주 50% 이상 찬성+전체 주주 25% 이상 찬성’이다. 재무제표 승인 등 간단한 안건을 통과시키려고 해도 전체 주주의 4분의 1이 넘는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대다수 소액주주가 주총 참석에 관심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10%대에 불과한 상장사들은 사실상 25% 찬성표를 받기가 쉽지 않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지난해 167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섀도보팅제가 폐지되면 주총안건 통과가 어렵다고 응답한 회사가 590개에 달했다”며 “2017년까지 의결정족수 규정을 낮추지 않으면 주총 대란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도한 규제 해소 vs 오너 전횡 심화
재계는 한국에만 있는 과도한 규제가 해소될 길이 열렸다고 환영하고 있다. 해외 주요국 중 의결정족수 규제를 둔 곳은 없다. 미국 독일 영국 호주는 물론 중국도 참석 주주의 50% 이상 찬성표만 얻으면 보통결의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 일본은 주총 성립 요건으로 ‘전체 주식의 50% 이상 참석’을 전제 조건으로 삼고 있지만, 각 기업이 정관으로 이를 배제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들은 오너의 전횡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주총은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전체 주주의 뜻을 모으는 자리인데, 참석 주주의 의견만으로 제한할 경우 주총의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노 의원이 내놓은 법안은 주총에 주주 3명이 참석해 이 중 2명만 찬성하면 모든 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