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총장선출' 난항… 교수들 "총장후보 논문표절"
[ 김봉구 기자 ] 불교 조계종 종단 개입 논란이 불거진 동국대 차기 총장 선출이 진통을 겪고 있다. 15일 총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렸지만 의견 대립 끝에 정회됐다. 동국대 교수협의회는 총장 후보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총장 선임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국대 법인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개최했다. 주요 안건은 차기 총장 선출.

앞서 이 대학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총추위)가 법인에 3명의 최종 후보를 추천했으나 김희옥 현 총장, 영어영문학부 조의연 교수 2명이 종단 개입을 이유로 사퇴했다. 현재는 불교학부 한태식 교수(법명 보광스님)가 홀로 남아있는 상태다.

동국대 법인은 지난해 12월16일 이사회를 열어 총장을 선임하려 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총장 선임 강행 시 사립학교법 저촉 여부를 교육부에 질의해 이달 5일 ‘사학법에 의거해 실시하라’는 교육부 답변을 받았다.

이에 따라 이날 이사회를 열었으나 회의 공개 여부와 안건 처리 순서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논쟁 끝에 이사진은 회의 공개에는 합의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서로 상정된 총장 선임 안건을 앞당겨 처리할지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 정회했다가 오후 1시 회의를 속개키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교수들은 최종 후보 3명 중 유일하게 남은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동국대 교수협의회는 전날 이사회에 총장 선출을 서두르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건의문을 전달했다.

교수협의회는 건의문에서 “총추위 추천 후보 가운데 총장을 선임하는 것은 이사회의 고유 권한이지만, 보광스님에 대한 표절 의혹이 불거져 문제 제기하게 됐다”며 “확인 결과 문제의 한 건은 표절이 확실한 만큼 총장 확정을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표절 여부를 공식 판정하기 전에 총장 선임을 서두르는 것은 큰 불명예와 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참에 총장 선출을 늦추고 합리적·민주적으로 총추위 규정을 바꿔야 한다. 바뀐 규정에 맞춰 재선거를 실시해 차기 총장을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사회가 보광스님을 24년 만의 ‘스님 총장’으로 선임한다 해도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과연 동국대가 논란을 뚫고 차기 총장을 낙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새 총장의 임기는 오는 3월1일부터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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