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김영란法, 고위공직자로 적용범위 좁혀야"
“최대 2000만명이 넘는 국민을 범죄 가능군으로 몰아넣는 법이 무슨 실효성이 있겠는가. 법 적용 대상을 고위 공직자로 좁혀 위헌 소지를 없애야 한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최고위원·사진)은 1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에 대해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법 적용 대상이 공직과 거리가 먼 사립학교나 민간 언론사까지 확대됐다”며 “이런 결정이 과연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 가운데 김영란법의 현실 적용 문제를 공식적으로 지적한 것은 이 의원이 처음이다.

이 의원은 “민간 영역인 언론사 종사자와 사립학교 교원들, 그리고 그 가족까지 법의 테두리로 묶는 등 그 대상이 정부 입법 원안보다 크게 증가하면서 법 시행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법 시행 이후 민간 적용 과정에서 덜컥 위헌 결정이라도 나오면 법을 안 만든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진 것은 맞지만 다른 국가들과 비교한 세계 부패지수는 40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경제 선진국에 걸맞게 청렴 수준도 높여야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법으로 해결하겠다는 건 법 만능주의의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패 방지는 법의 제재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계도 등 다양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국민 여론에 밀려 바늘 허리에 실을 매듯 불완전한 법을 통과시킨다면 예상치 못한 혼란과 국민의 허탈감만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정무위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되기 전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친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 등 일부 법사위원들은 김영란법의 과잉 입법 가능성을 거론하며 법 적용 대상을 원안대로 다시 공직자로 한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은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를 공직자 중에서도 고위 공직자로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150만명이 넘는 공직자와 그 가족들도 대상이 넓기는 마찬가지”라며 “영향력이 큰 고위 공직자로 대상을 압축해서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의 의견차가 워낙 커 향후 보완 입법하기로 가닥을 잡은 김영란법의 ‘이해충돌 방지’ 조항(가족·친족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는 것을 금지)과 관련, “일종의 연좌제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며 “우수 인력의 공직 진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공직자 가족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