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직진출로 저임금 이점 활용
중국과 통합정도 커지는 한국
대만식 수평분업 생태계 주목해야"
이인실 < 서강대 경제학 교수 >
지난해 한국을 다녀간 외래관광객은 1400만명을 넘었는데 중국인이 전년 대비 40% 이상 늘어난 610만명을 헤아린다. 수년 내에 1000만명이 되리란 전망이다. 관광입국을 위한 정책적 노력에 힘입은 바 있겠지만 미국에 이어 국내총생산(GDP) 10조달러 클럽에 들어간 중국과 지리적·경제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지난해 12월 포럼 참석차 한국처럼 지리적·경제적으로 중국과 가까운 대만을 다녀왔다. 중소기업 위주인 대만과 대기업 위주 산업정책을 펼쳐 성공한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다.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1960년대 수입대체형 공업화정책을 버리고 수출주도정책으로 전환했으며, 1970년대엔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고, 1980년대엔 자유화와 개방정책으로 초고속 성장하면서 홍콩 싱가포르와 더불어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부상했다. 1990년대 들어 정보기술(IT)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변모시키는 데 성공해 2010년 전후 두 나라 모두 시장환율 기준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1992년 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며 한국과 대만의 기업생태계에 준 변화는 좀 다르다. 기업들이 낮은 인건비를 이용하기 위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짓다 보니 한국 대만 일본 등에서 부품과 소재를 가져가 조립해서 제3국에 파는 가공무역이 중국 수출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이런 3각 무역의 확대는 한국과 대만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대만의 수출 중 중국 비중은 각각 24%와 27%로 큰 차이가 없는데, 총 대외직접투자 중 중국 비중은 대만이 73%에 달하는 반면 한국은 12%에 불과하다. 시장 규모나 성장률, 인건비 등에서 중국 경제의 매력이 크다 보니 언어와 문화적 장벽이 낮은 대만 중소기업들은 너도나도 중국에 공장이나 사업장을 만들었다.
경제구조를 보면 대만 경제는 중국 경제와 거의 통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만의 일부 중소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성공해 대기업이 됐고, 한국과 비슷한 대기업 중심의 자본집중화 추세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대만 기업에 비해 문화, 언어, 규제 면에서 접근이 불리하다 보니 중국 내수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 대만처럼 많지 않고 설사 성공했다 하더라도 기업 색깔이나 본사까지 중국으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마디로 대만처럼 중국 경제와 일체화되지는 않은 셈이다.
거기서 오는 경제적 효과 중 대표적인 것이 임금이다. 한국과 대만은 1인당 GDP가 비슷한데도 대만 임금근로자 급여는 한국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 15년간 오르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임금이 오르면 더 많은 기업이 사업장을 중국으로 이동할 것이란 우려가 대만 내 임금 상승 압력을 누르는 작용을 했을 것이다. 대만 중소기업은 이런 이점을 활용해 전문화로 틈새시장을 개척하며 해외 시장에서 여전히 활약하고 있지만 대만 경제계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현재의 시스템으로 글로벌화에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다. 실제로 두 나라 모두 최근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은 2010년을 제외하곤 한국이 더 높았다.
그럼에도 한국 경제는 대만 경제에서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 최근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업을 중심으로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기업생태계가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미흡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에서 벗어나 대만의 수평적인 협력분업을 가미해야 한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과 위안화 직거래 확대로 중국 경제와의 통합도가 급상승하고 있다고 명동거리 풍경이 보여주고 있는데도 중국의 격변에 대응하는 큰 그림과 상응하는 경제체제 바꾸기는 보이지 않아 걱정이다.
이인실 < 서강대 경제학 교수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