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BMW그룹이 세미 오토 자동차의 시범 주행을 하는 장면.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잡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전방 사물을 인지하고 달린다. (사진=BMW코리아 제공)
독일 BMW그룹이 세미 오토 자동차의 시범 주행을 하는 장면.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핸들을 잡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전방 사물을 인지하고 달린다. (사진=BMW코리아 제공)
[ 김정훈 / 김근희 기자 ] 달리는 차 안에서 운전자가 밥을 먹고 잡지를 본다. 아예 운전석을 뒤로 돌려 뒷사람과 마주보며 얘기를 나눈다.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오는 2020년 전후로 소비자들이 만나게 될 자율주행 차의 모습이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마크 필즈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CES에서 "운전대와 브레이크 페달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5년 안에 도로를 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무인차(F105 콘셉트카)를 시연해 보이고 "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뛰어넘어 움직이는 생활공간이 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자율주행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2010년 인터넷 기업 구글이 가장 먼저 구글카의 시험 주행에 성공한 이후 닛산, 벤츠, 아우디 등 경쟁사들도 각각 선행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벤츠는 F105에서 채택한 일부 자동화 기술을 2020년까지 고속도로 주행 옵션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고도 시속 120㎞로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GM은 2018년에 '슈퍼크루즈'라고 불리는 세미오토(반자동) 자율주행 기술을 캐딜락에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현대모비스와 함께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과 반자동 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경영컨설팅 회사인 보스턴 컨설팅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 규모는 420억 달러(약 45조 원)에 달하고 2035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의 25%는 자율주행 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부터 대학생 대상 국내 최대 자동차 공모전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대회 장면.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그룹은 2010년부터 대학생 대상 국내 최대 자동차 공모전인 '자율주행 자동차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대회 장면. (사진=현대차 제공)
이 회사에 따르면 최근 미국 운전자 1500명을 대상으로 5년 내 자율주행 자동차를 탈 생각이 있는지 묻는 설문에 응답자 절반 이상이 구매 의향이 있고, 나머지 44%는 10년 내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유지수 국민대 총장(경영학 교수)은 "유럽에서는 이미 사고를 방지하는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 됐다"며 "앞으로 완전 자율주행차로 가기 위한 단계적 기술부터 완전 무인화까지 이르는 여러 기술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상용화된 첨단 기술로는 자동 주차, 자동 브레이크,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등이 있다. 이중 국산 제네시스나 그랜저에 옵션으로 넣을 수 있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은 자동 운전의 초기화 단계로 볼 수 있다.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기술을 기반으로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차가 스스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면 교통 체증을 지금보다 절반가량 줄일 수 있고, 운전자 부주의에 따른 교통사고율을 크게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일반인이 자율주행 차량을 타볼 수 있을 시점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선행 기술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미 완성차의 부품사 및 연구기관 등에서 확보된 상태다. 다만 전방 보행자나 차량을 식별하는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 관련 부품 값이 비싸다. 도로 주행 법규 마련도 해결 과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2017년을 반세미 오토 차량, 2020년을 자율주행 자동차 운행 시기로 보지만, 아직은 관련 법 제도 정비가 뒷받침돼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정훈 / 김근희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