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연 12일 김기춘 비서실장(앞줄 맨 오른쪽)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두 번째) 등이  대통령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연 12일 김기춘 비서실장(앞줄 맨 오른쪽)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두 번째) 등이 대통령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은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청와대 조직 개편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다만 김기춘 비서실장과 비서관 3인방(이재만 총무·정호성 제1부속·안봉근 제2부속)은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불거진 3인방 교체론에 대해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과 야당에서도 (3인방의) 비리가 있나 샅샅이 찾았지만 하나도 없지 않았느냐”며 “이런 비서관들을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내치거나 그만두게 한다면 누가 제 옆에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 실장에 대해 “정말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고, 가정에 어려운 일이 있지만 자리에 연연할 이유도 없이 옆에서 도와줬다”고 했다. 이어 김 실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지만 지금 여러 가지 당면한 현안이 많아 그 문제 수습을 먼저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 일들이 끝나고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청와대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여론에 떠밀려 교체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김 실장 거취에 대해 교체 여지는 남겨뒀다.

김영한 전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돌연 사퇴한 것에도 “항명 파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실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수석이) 민정수석으로 있지 않았던 과거의 일에 대해 발언하다가 정치공세에 휩싸여 문제를 더 키우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 사표를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이해는 되지만 그래도 국회에 나갔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청와대 조직 개편 과정에서 김 실장을 비롯해 일부 비서진이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 청와대도 새롭게 조직을 개편할 것”이라며 “주요 부문에 특보단을 구성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보단을 구성해 국회와 좀 더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정책도 협의하고, 청와대에서 여러 가지 알리고 하는 부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조직 개편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야 관계 및 당·청 관계를 조율하는 정무특보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언론특보(홍보특보) 등을 신설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특별보좌관 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생겨난 제도로, 전임 이명박 정부까지 유지됐으며 미국 백악관의 특보제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대 정부의 특보단은 다양한 국정 현안을 논의한 뒤 그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일부 특보는 수시로 대통령과 만나 국정 운영 전략에 대해 아이디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특보단을 구성하다 보면) 자연히 인사 이동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 일부가 특보단으로 이동하거나 부분적인 비서진 교체가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